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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옥입니다] 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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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뱀만큼 무섭고도 징그러운 건 없을 것 같다. 하기야 뱀을 목도리처럼 둘둘 감고도 눈 하나 깜짝 안 하는, 별난 취향을 가진 사람들도 많기는 하지만….

성서에서도 뱀은 저주받은 존재다. 에덴동산의 善惡果(선악과) 사건을 계기로 하느님으로부터 땅을 배로 기어다녀야 하는 저주를 받았다. 그리스 신화의 괴물 메두사도 그러하다. 원래는 아름다운 용모를 지녔지만 바다의 신 포세이돈과 신전에서 음란행위를 한 죄로 아테네 여신으로부터 머리카락 한 올 한 올이 모두 뱀으로 변하는 저주를 받았다. 또한 그 소름끼치는 눈과 마주치는 사람은 즉시 돌로 굳어버렸다. 프랑스의 실존 철학자 장 폴 사르트르가 차가운 시선 하나로 그들 앞에 선 사람을 얼어붙게 하는 오만한 부르주아를 메두사에 비유한 것도 이런 까닭에서다.

좀 다른 이야기지만 화가 천경자 씨는 피란지 부산에서 수십 마리의 뱀들을 그린 작품 '생태'로 일대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한 뭉텅이의 푸른 독사들이 우글거리는 그림은 사람들을 화들짝 놀라게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천경자 이름 석 자를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그런데 끔찍스런 뱀보다도 실상 더 무서운 게 세상에 있음을 절감하는 요즘이다. 바로 '사람'이다. 인천 모 초교 2학년 아이를 유괴, 살해한 범인의 현장검증 모습을 보니 사람이 참 무섭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겨우 여덟 살짜리 어린애를 산 채로 포대에 담아 한밤중 차가운 저수지에 내던진 사건 앞에서 하염없는 슬픔과 분노를 느끼게 된다. 어떻게 사람이 그토록 악할 수 있단 말인가.

이런 판에 제주에서 초교생 여자아이가 또 실종됐다. 이런 유의 흉악 범죄가 꼬리를 물고 있다. 어른들은 아이가 잠시라도 안 보이면 기절할 것처럼 놀란다. 온 국민이 불안증 환자가 되는 건 아닌가 걱정스러울 정도다.

소녀 시절, 동네 친구와 읍내 극장에서 영화를 본 뒤 버스가 끊긴 이슥한 밤에 시오릿길을 걸어 집에 돌아온 기억이 난다. 요즘 같으면 어림도 없는 일이다. 그땐 대문을 줄곧 열어놓고 살아도, 밤을 낮같이 다녀도 무서움을 몰랐다. 하지만 이젠 사방 철통 같은 아파트 안에서도 불안해하는 세상이 됐다. 영화 '박하사탕'의 주인공처럼 외치고 싶은 사람들이 많을 게다. "나 다시 돌아갈래~"라고.

전경옥 논설위원 siriu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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