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민을 위한 면세유 혜택이 올 7월 25% 축소되는 데 이어 내년에는 전면 폐지될 예정이어서 농촌 들녘이 요동치고 있다.
◆억장이 무너진다
상주 화동면 시설오이 재배농민 김형섭(53) 씨는 요즘 작목을 바꿀지, 아예 농사를 그만둘지 고민에 빠졌다. 한미 FTA 타결로 가뜩이나 농사짓기가 불안한데 내년부터는 면세유 혜택마저 없어진다는 소식 때문. 김 씨는 "하우스 5동(800여 평)에 오이를 재배하면 겨울철 난방비로 1천500여만 원이 들었는데, 면세유가 폐지될 경우 난방비가 3천만 원가량으로 늘어난다."고 한숨을 쉬었다.
영천 금호읍에서 4천여 평 과수원에 시설 포도농사를 하는 한경석(58) 씨는 "600평 하우스 한 동에 연간 1천만 원 상당의 면세유를 사용하는데, 면세혜택이 사라지면 한 동에 2천만 원이 넘는 기름값을 부담해야 한다. 하우스 한 동에 2천500만 원 정도 수입을 올리기 때문에 결국 남는 것이 없게 된다."고 했다.
고령화훼영농조합법인 농가들은 "면세유가 없어지면 수억 원을 들여 설치한 하우스시설은 사실상 무용지물이 된다. 이는 농가 줄도산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면세유가 폐지되면 하우스 농사를 접고 농사작목을 바꾸겠다는 농민도 늘고 있다.
경산 남산면 전지리 안동길(55) 이장은 "시설하우스 경영비의 55~70%가량이 기름값이기 때문에 면세유가 없어지면 시설포도에서 노지포도로 바꾸는 농민들이 많을 것"이라고 했다. 이장은 또 "그동안은 5월 중순부터 출하되는 시설포도와 8월 중순이 출하 시기인 노지포도가 적절히 분산돼 가격 유지 효과가 있었으나 앞으로 노지포도로 대이동이 시작되면 홍수출하에 따른 가격 폭락이 예상된다."고 걱정했다.
◆면세유 폐지 방침
농어업용 면세유 제도는 1986년 제정된 조세특례제한법에 따라 휘발유, 경유, 실내등유 등 모든 유류에 부과되는 부가가치세, 특별소득세, 교통세, 교육세, 주행세 등 각종 세금을 면제해 주는 것. 이 때문에 면세유는 일반 유류보다 평균 절반가량 싸다. 경북농협에 따르면 지난해 경북지역 16만 8천 호 농가가 호당 104만 원의 혜택을 받았다.
그러나 2002년 12월 법이 개정되면서 2007년 7월부터 세금감면 폭이 25% 줄고 내년부터는 제도 자체가 전면 폐지된다. 면세유 혜택이 25% 감소하면 경북지역 농가의 전체 세금 감면액은 437억여 원이 줄게 되고, 내년에 전면 폐지되면 1천749억 원이 농민들 부담으로 전가된다.
◆면세유 유지돼야
의성 금성농협 유척준 조합장은 "농산물 시장 개방에 따라 값싼 외국산 농산물이 쏟아지는 마당에 정부가 국내 농가들에게 등을 돌린다면 우리나라 농업의 미래는 없다."고 강조했다.
군위농협 김휘찬 조합장은 "시설재배 농가 대부분은 농가 상호 간 연대보증으로 융자를 얻어 농사를 짓고 있기 때문에 면세유 제도가 사라지면 농가 줄도산으로 이어져 농촌에 대혼란이 일어난다."고 했다.
경북농협 허일구 자재양곡팀장은 "정부가 그동안 시설하우스 설치를 장려해놓고 이제 와서 면세유를 없애겠다는 것은 구조개선에 역행하는 처사"라고 말했다.
이희대·정창구·김진만·엄재진·정욱진·이채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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