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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지 않는 액체의 진화…인류 신소재 유기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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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골파열 등의 치료를 위해 상온(25℃)에서 액체 상태인 치료제를 주사기로 주입해 몸 안(36℃)에서 반고체 상태로 굳어지게 할 수는 없을까. 이 기술이 완성되면 인공피부, 관절 등 질환치료에 획기적인 전기가 마련된다. 여기에 쓰이는 소재가 '유기겔(Polymer Gel)'. 고체와 액체의 특징을 동시에 가진 유기겔로 강철보다 수십 배 강한 섬유도 만들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기술이 10년 내 가시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인류의 미래를 바꿀 신소재로 불리는 유기겔은 국내에서는 영남대 유기겔클러스터사업단을 중심으로 대구·경북이 개발 거점이다.

영남대 유기겔클러스터사업단(단장 류원석)은 13·14일 중앙기기센터에서 국내·외 유기겔 석학들이 참가하는 국제심포지엄을 연다. 유기겔은 액체와 고체의 특징을 동시에 가지는 소재로 의료, 산업용 등 활용범위가 무궁무진하고 현재 세계시장만 수십조 원 규모로 평가받는다.

심포지엄에서는 각국의 최신 연구경향과 주력 육성분야, 기술사업화 현황 등이 소개되고 참석 전문가들은 경쟁국의 기술정보 탐색전을 펼친다. 특히 일본 가즈오 야마무라 교수, 미국 창 루이 박사, 중국 양 후 교수, 루마니아 바이오렐 치하이아 박사 등 고분자 겔 제조 및 분석의 세계적 권위자들이 참석해 자국의 연구개발 현황을 공개하고 앞으로 연구방향을 제시한다.

◆미래형 신소재 유기겔

흐름이 있는 액체는 '졸(Sol)', 흐름이 없는 액체는 '겔(Gel=반고체)로 부른다. 20세기 전까지는 섬유, 플라스틱 등 단단한 외형을 가진 고체와 액체 2가지 물질재료가 주로 사용됐지만, 21세기에는 고체와 액체의 특징을 동시에 가진 신소재의 필요성이 증가하면서 '유기겔'이 주목받고 있다.

유기겔은 탄소를 주요 구성 성분으로 한 고분자 유기재료이면서, 인간의 몸과 같은 겔 상태다.

유기겔은 인체에 무해한 보디용품에서부터 인공척추, 인공관절, 인공피부, 항암색전제, 콘택트렌즈 등 인체관련 제품에서부터 디스플레이용 필름, 고성능·고기능성 섬유 등에 이르기까지 활용가치가 무궁무진한 미래형 신소재다.

◆어떻게 활용되나

겔은 투명성과 산소투과성, 적절한 부착력, 습윤성, 형태 안정성, 유연성 등의 특징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고분자 유기겔을 산업적으로 응용할 경우 획기적인 신제품 개발이 가능하다.

졸에서 곧바로 고체로 만든 재료보다 겔 상태를 거쳐 고체화하면 기존 고체에 비해 흡수력이 100배 이상 강해진다. 이를 활용한 제품이 바로 기저귀와 생리대, 상처거즈 등이다.

또 폴리에스테르와 같이 액체에서 섬유를 뽑아내는 일반방사보다 액체상태에서 겔 상태로 바꾼 뒤 섬유를 생산하는 '겔 방사 공법'을 사용하게 되면 강철보다 수십 배 강한 최첨단 섬유가 탄생한다.

이처럼 고분자 유기겔은 초고강력 섬유와 타이어코드용 섬유, 낚싯줄에서 콘택트렌즈, 의약품, 식품, 다이어트 음료, 2차전지, 의료용 신소재, 폐수처리용 매개체 등 활용도가 광범위해 선진국들은 유기겔 관련 기술개발 경쟁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한국은 대구·경북에서 주도

현재로도 수십조 원을 넘는 것으로 평가받는 유기겔 시장을 둘러싸고 선진국을 중심으로 한 연구개발 경쟁이 뜨겁다.

한국은 유기겔 연구와 기술개발을 대구·경북이 주도한다. 영남대 '유기겔클러스터사업단'(단장 류원석)을 중심으로 포항공대, 경북대, 금오공대, 경일대, KAIST 등 9개 대학과 대구경북과학기술원, 한국섬유기계연구소, 차세대바이오환경기술연구센터, 지역협력연구센터가 R&D 주축. 또 (주)코오롱, (주)LG마이크론 등 대기업을 비롯해 30여 개 업체가 참여하고 있다.

영남대 유기겔클러스터사업단은 산업자원부로부터 유기겔 관련 지역 R&D클러스터 총괄센터로 선정돼 2013년까지 270억 원 규모의 '융합형 첨단 유기겔 신소재 개발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늦었지만 세계최고를 향해

국내 유기겔 산업은 아직 원천기술이 빈약하고 사업화도 부진하다. 기술개발에 앞선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서 자국 기술보호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어 기술이전도 쉽잖다.

사업단은 우선 PVA(폴리비닐알코올)를 활용한 기술개발에 주력한다. 사업단은 이미 (주)텍스테크와 함께 세계 최초로 '폐부직포 재활용 PVA 편광필름 제조'에 성공, 연간 1천억 원대의 수입대체효과와 산업쓰레기 재활용을 통한 친환경산업의 장을 열기도 했다.

초고성능 PVA 원료 및 섬유, 필름의 원천 제조기술을 확보하게 될 경우, LCD의 핵심부품인 편광필름과 초고성능 타이어코드, 석면 및 철근콘크리트 대체 섬유, 해양수산용 섬유, 고성능 복합재료 등에 활용해 2010년쯤 연간 30억 달러의 수입대체효과와 50만 명 이상의 고용증대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류원석 단장은 "한국은 늦게 출발해 NT(나노기술) BT(생명공학) IT(정보기술) ET(환경기술) 등 융합형 첨단 유기겔 신소개 개발로 나갈 수밖에 없다."며 "해마다 몇 가지 아이템 기술개발을 성공시켜 기술사업화를 하겠다."고 말했다.

이춘수기자 zapper@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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