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에 음악회를 갔다. 그런데 왜 오케스트라 단원은 모두 검은색 옷을 입을까? 오후에는 성주참외축제에 갔다. 하우스 안은 아주 더웠다. 시골에 또 가고 싶다.(4월 28일 '체험학습을 다녀와서' 병훈이의 일기)'
병훈이(대구 대동초교 1년)네는 한 달에 두 번 있는 토요휴업일마다 야외 체험학습을 간다. 공연장, 전시회, 박물관, 도서관, 축제 등 체험 거리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 간다. 어머니 서장(36·북구 산격동) 씨는 병훈이가 유치원에 다닐 무렵부터 토요일을 가정 체험학습의 날로 정해 배낭을 꾸리고 도시락을 쌌다. 학부모가 된 올해는 더 바빠졌다. 시청이나 교육청, 학교 홈페이지 등에서 꾸준히 모은 정보로 주말 계획을 짠다. '마음껏 뛰어놀면서 배우는 아이로 키우자', 서 씨의 지론이다.
▶뛰어놀고 배우는 토요일
"토요일 오전은 어영부영하다 쉽게 흘러가는 시간이잖아요. 아직 어린 아들에게 재미있고 활기찬 경험을 선물해주고 싶습니다."
서 씨는 '놀토'인 지난달 28일에도 어김없이 아이 손을 끌고 야외로 나왔다. 오전에는 대구학생문화센터에서 열린 '가족음악회'를 관람하고 오후에는 성주참외축제를 구경했다. 두 행사 모두 학교(대동초교) 홈페이지를 검색하다 알게 됐다. 이날 병훈이는 모두 검은색 옷을 차려입은 오케스트라가 궁금했고 실황 연주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참외축제에서는 직접 비닐하우스에 들어가 땀을 흘리며 참외를 따보기도 했다. 병훈이는 "시장에서 파는 참외가 이렇게 힘들게 만들어지는지는 몰랐다."며 신기해 했다.
병훈이가 초등학생이 된 지난 두 달간 놀토는 체험학습을 가는 날로 꼬박꼬박 지켜졌다. 지난달에는 북구청소년회관에서 열린 국악 뮤지컬 '옹고집은 못 말려'를 관람했다. 서 씨는 "병훈이가 학교에서 옹고집전을 재미있게 읽었다고 하기에 찾아보다 뮤지컬을 보여주게 됐다."며 "'엄마 양반이 뭐야?, 나으리가 뭐야?' 하고 묻는 통에 설명하느라 바빴다."며 웃었다. 뮤지컬 뒤풀이 행사 때는 용기를 내 아이와 함께 무대에 올라가 연극 배우가 된 것처럼 춤과 노래를 부르는 색다른 경험도 했다.
서 씨는 아들이 6세가 될 무렵부터 본격적으로 토요일 체험학습을 시작했다. 지난해 체험 중에는 대구박물관에서 열린 '평양에서 온 국보 전시회'와 계명대 성서캠퍼스에 열린 '대영박물관 전시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평양 국보전에서는 아직 통일이 안 됐기 때문에 이번밖에 볼 수 없다고 설명해줬습니다. 대영박물관 전시회에서는 미라가 기억에 남았던지 다녀와서 피라미드와 이집트에 대한 책을 찾아보더군요."
비슷한 또래 자녀를 둔 이웃과 경주 첨성대 일대를 돌며 신라 유적을 구경하기도 했다. "예전에는 냉장고가 없어서 석빙고가 필요했다고 설명해줬더니 그제야 알아듣는 것 같더라고요. 현지 문화해설사로부터 듣는 구수한 옛이야기는 마치 전래동화 같았습니다."
공공 도서관도 귀중한 놀토 놀이터. 토요일 오후에는 도서관에서 보여주는 영화도 함께 보고 도서관을 나설 때는 한 아름씩 책을 빌려 나왔다. 대구 수목원, 시티투어, 봉무공원 등을 빠짐없이 다니며 체험일기도 썼다. 하나하나 알려주는 대신 아이가 궁금증이 생기면 성심 성의껏 대답해줬다.
▶부모가 먼저 배우자
서 씨는 원래 수줍음을 많이 타는 아들의 성격이 체험학습 다니고부터 눈에 띄게 적극적이 되고 몸도 튼튼해졌다고 만족해 했다. 아들을 올바르게 키우는 방법을 찾아 그 자신도 배움을 계속했다. 서 씨는 현재 동부도서관에서 운영하는 '부모가 도와주는 자녀독서' 강좌를 3개월째 수강하고 있고, '한문 강좌'에서는 6개월째 논어를 공부하고 있다. 올해는 중국어에 새로 도전할 계획이다. 이런 경험들은 나름대로 교육관을 세우는 데 큰 보탬이 됐다.
"앞으로는 인간성이 따뜻한 사람이 이끄는 사회가 될 것이라는 한 강연 내용이 제일 기억에 남습니다. 이런 아이로 키우려면 교과 관련 학습 못지않게 체험, 독서 등 직·간접적인 경험을 많이 시켜야 할 것 같아요."
이런 생각에 그동안 아들에게 학습지 공부나 학원 공부를 한 번도 시키지 않았다. 대신 방과후학교에서 축구와 피아노를 배우게 했다. 아이가 스스로 글자를 터득하는 데 도움을 준 잠자기 전 책 읽어주기는 요즘도 꼭 지키고 있다.
"전문가에게 내 아이를 맡길까 생각도 해봤는데, 쉬울지는 몰라도 좋은 방법은 아닌 것 같아요. 내가 먼저 체험해보고 아이에게 권한다는, 같이 공부한다는 기분으로 체험학습하러 다녔어요. 이제는 아이도, 저도 이번 주말에 무엇을 할까 기다려집니다."
서 씨는 학교 놀토 프로그램에 대해 할 말이 많다. 놀토에 참가하는 학생 수가 적다는 이유로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되지 못하기 때문. 놀토 정보가 부족한 점도 아쉽다.
"놀토 때 야외체험 학습 위주로 진행하면 지금보다 참가자가 늘어나지 않을까요? 인솔 교사가 부족하다면 학부모가 1일 교사로 돌아가며 맡아도 되고요. 놀토 학습을 혼자 힘으로 하기 힘든 가정을 위해서는 학교 놀토가 활성화돼야 할 것 같습니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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