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키크는 한국 속 대구는 땅꼬마?

서울 150층vs대구 57층…최고층 빌딩 높이는 1/3

▲ (위로부터)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짓게 될 151층짜리 빌딩, 107층 규모의 부산 롯데월드, 아랍에미리트에 건설중인 162층
▲ (위로부터)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짓게 될 151층짜리 빌딩, 107층 규모의 부산 롯데월드, 아랍에미리트에 건설중인 162층 '버즈 두바이', 대구 센트로펠리스

국내 도시들마다 '마천루 높이기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2000년 이후 본격화한 초고층 주상복합의 '키높이 경쟁'에 이어 100층이 넘는 초고층 빌딩 건립 계획이 각 도시마다 연이어 발표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150층(620m)을 시작으로 인천 151층(610m), 부산 107층(510m) 등 국내 대도시마다 최근들어 초고층 건물 계획을 잇따라 발표하고 있다. 이에 비해 대구의 마천루는 초라하기 그지없다. 상업용은 물론 주거용 아파트까지 말 그대로 '땅꼬마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전문가들은 상대적으로 자꾸만 낮아지는 대구의 '마천루'에 대해 경제력 부족에다 보수적인 도시계획에 발목이 잡힌 결과라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높아지는 마천루, 대구는

서울과 인천, 부산 등지에 지어지는 초고층 건물들은 모두 '랜드마크'의 성격이 강하다. 초고층 경쟁에 먼저 불을 붙인 것은 인천. 서울시가 상암동 국제비즈니스센터(580m·130층) 건립 계획을 밝힌 뒤 송도국제도시에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151층짜리(610m) 쌍둥이 빌딩을 짓겠다는 발표를 하면서부터. 지난 3월에는 철도공사가 서울 용산에 인천보다 10m 높은 620m짜리 초고층 타워 건립 계획을 발표하면서 초고층 경쟁에서 서울시가 일단은 판정승을 거둔 상태. 현재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은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아랍에미리트에 짓고 있는 162층(700m) 규모의 '버즈 두바이'며 다음은 러시아 모스크바에 세워질 타워 오브 러시아(649m·125층). 따라서 용산타워는 높이에서 세계 3위, 인천타워는 4위가 된다. 부산도 예외는 아니다. 111층 470m 높이의 부산 해운대구 월드비즈니스센터(WBC)가 내년 첫 삽을 뜨며 2000년 12월 착공한 부산롯데월드는 107층, 높이 510m 규모로 지어지고 있다.

하지만 대구의 하늘은 예전이나 다름없다. 현재 최고층은 지난달 입주를 시작한 주상복합 아파트인 대우트럼프월드(143m)이며 현재 건립 계획이 발표된 건물은 수성구 두산동 57층짜리 SK리더스 뷰 주상복합 건물이 최고 수준.

상업용 빌딩으로 가면 대구의 '마천루'는 더 초라해진다. 아직 30층을 넘는 순수 업무 빌딩 건립 계획은 백지 상태며 따라서 당분간은 96년에 지어진 중구 덕산동 삼성생명보험 빌딩(25층)이 최고 위치(?)를 점할 전망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동대구 역세권 개발 계획이 완료되면 대구도 업무용 고층 빌딩이 세워질 수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경제력이나 건설 주체 등 환경을 감안하면 100층은 물론 50층 이상 규모도 올라가기가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건물은 낮아야 좋다(?)

대구시는 이달 들어 지난 몇 년간 악성 민원 중 하나였던 2종 7층 주거지역 내 고도제한 지역을 해제하겠다고 발표했다. 주변 경관 등을 고려해 제한했던 층고를 선별적으로 풀겠다는 내용. 그러나 서울시는 얼마전 강북 뉴타운 지역 등의 2종 주거지역에 대해 최고 36층 아파트를 허용하겠다는 발표를 했다. 같은 주거지역 내 아파트 높이가 대구는 서울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것.

이뿐 아니다. 2, 3년전 까지만 해도 대구는 상업지역에 건립되는 주상복합 아파트 층수가 50층 이상을 넘어가면 거의 '공공의 적'으로 간주되며 '특혜 의혹' 등 사회적 비난을 감수해야 했다.

건축설계 회사의 한 대표는 "대구 사람들은 주거용 건물이 고층으로 지어지면 마치 '부정'을 저지르는 것처럼 단정해 왔다."며 "최근 들어서는 인식이 바뀌었지만 예전에는 공무원이나 심의 위원뿐 아니라 언론까지 고층 아파트 허가가 들어오면 현실성이 떨어지는 온갖 잣대를 적용하며 층수를 깎아내리는 데 몰두해왔다."고 지적했다.

주거용 고층 건물의 장단점 시비를 떠나 일단 높이에서만 본다면 이제 대구는 '땅꼬마'가 됐다.

서울은 물론 부산이나 인천은 이미 주상복합 아파트는 60층 이상이 흔하게 됐으며 일반 아파트 조차도 40층 이상이 보편화되고 있다. 대구에서 올 들어 처음으로 일반 아파트 30층이 허가를 받았지만 인천 용현 지구에는 53층 아파트가 이달 분양에 들어가며 포항에도 33층 아파트가 상반기 분양될 예정이다.

◆초고층 동전의 양면

대구·경북 연구원이 얼마전 대구 시민 2천 명을 상대로 조사한 설문 조사를 보면 '고층 아파트'에 대한 선호도를 엿볼 수 있다.

전체 응답자 중 아파트 층수가 20층 이상이 적당하다고 답한 사람은 불과 12%. 나머지는 모두 20층 이하가 적당하다고 했으며 이중 38%는 12층 이하가 '적합'하다는 응답을 했다.

일반적인 인식으로 보면 초고층 아파트가 들어서면 주변은 일조권이나 조망권 등에 있어 답답하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하지만 주거지역 내에서는 동일한 용적률 적용을 받는 만큼 층수가 올라가면 바닥 면적은 그만큼 줄어들게 된다. 즉 1만 평 부지에 용적률 200% 아파트가 들어설 때 20층 아파트가 40층이 되면 그만큼 바닥의 녹지 면적은 넓어지는 셈이다. 지자체에서 고층 아파트에 대해 적극적인 경우는 대부분 지상의 녹지 면적을 좀더 확보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조권 침해 면적도 층수가 올라가면 길이는 늘지만 넓이는 좁아지게 된다. 주택업계에서는 "아파트 단지 내부만 따지면 동일한 용적률이라도 층수가 올라가면 건폐율을 낮출 수 있어 동간 거리를 늘릴 수 있고 사생활 보장은 물론 조망권과 일조권을 확보 하는 등의 장점을 가져오게 된다."고 밝히고 있다. 물론 화재 등에 있어 초고층 아파트는 취약성을 띠고 있으며 용적률이 600%를 넘는 주상복합 아파트는 도심 사거리 등에 지어질 경우 주변 교통 정체 등의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대구시 건축과 관계자는 "건축법상 사선이나 일조권 제한 등에 걸리지 않는다면 고층 아파트 허가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며 "초고층 아파트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많이 개선되고 있어 대구도 고층 아파트 허가 건수가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재협기자 ljh2000@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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