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국악원에서 학교의 시종을 알리는 시보기를 무료로 시범적으로 교체하여 준다는 반가운 팩스가 학교에 도착하였다. 우리 학교도 올 초에 시보기를 바꿔보려고 시도한 바 있으나 지금의 멀쩡한 시보기를 대신하여 새로운 시보기로 교체한다는 것이 쉽지 않았다. 생활 음악에 대한 인식의 부족, 예산 등 시보기 교체를 가로막는 요인이 한둘이 아니었다. 그러던 찰나에 시보기 무료 교체 소식은 너무나 반가웠다.
잘 알듯 시보기는 학교에서 수업 시작과 휴식 시작을 알리는 종소리이다. 지난주에 이야기한 것처럼 학생이라면 가장 많이 듣는 생활 속의 음악이다. 대개 시작은 긴소리로, 끝은 짧은 음악으로 구성되며 서양음악의 전자음을 많이 사용한다. 전국 대부분 학교의 시보기는 그 학교가 생긴 이래 수 년 동안 같은 음악을 같은 시간에 울려 수업의 시작과 끝을 알린다. 최근 개교를 하지 않은(5년 이내) 대부분의 학교 시보기는 자체에 내장된 음원을 사용한다. 그러므로 시보기 음악으로 사용되는 음악이 전국 어느 학교 할 것 없이 비슷한 서양음악의 전자음을 사용하게 되는 것이다.
과연 국립국악원에서 보급하려는 종류의 새로운 시보기를 통해 학교 종소리를 우리음악인 국악의 음원으로 바꾸면 어떤 일이 생길까?
생활 음악은 우리의 삶과 음악을 분리하지 않고 생활 속에서 음악을 향유하도록 한다. 즉 늘 우리 가까운 곳에 음악이 있고, 음악 속에서 생활한다. 그러므로 새로 바뀐 시보기를 통해 우리 음악으로 된 시보를 들려주면 많은 학생들에게 우리 음악과 친숙해질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줄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이런 친숙함은 우리 음악 교육의 모습을 지금과 달리 흥미로운 학습으로 유도할 것이다. 또한 궁극적으로 우리 음악 문화 형성을 초래할 것으로 생각된다.
우리가 경험하게 되는 생활 속의 음악은 대부분 서양 음악 일색이다. 명심보감에서는 "만약 한쪽 말만 들으면 문득 친한 사이가 헤어짐을 당할 것이다." '약청일면설(若聽一面說)이면 편견상이별(便見相離別)'라고 했다. 과거 서양음악 중심의 음악 교육은 우리 음악을 생활과 멀어지게 했다. 나아가 우리 조상의 생활음악을 '어렵다. 모른다. 현실과 동떨어졌다. 지루하다. 남루하다 등'의 수준으로 추락시키는 일을 자행했다. 과거를 돌이켜보면 우리 문화 및 음악 교육을 제대로 살펴보기 힘들 정도로 일본의 식민지배, 한국전쟁, 산업화와 민주화 등 역사의 소용돌이가 거셌다. 그러나 지금은 과거와 다르지 않은가?
국립국악원의 시보기 시범 보급은 생활음악으로서 우리 음악, 국악을 자리매김하려는 의도가 잘 보인다. 다만 전국 단위로 몇 안 되는 학교에 선별하여 지급을 한다고 하니 아쉬움이 남는다.
김신표(대구동평초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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