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대구의 산악인 이장우(63) 씨가 세계에서 가장 높은 히말라야 에베레스트(8,848m) 등정에 성공했다. 고산등반 경험이 없는 아마추어 산악인으로, 그것도 60대의 나이에 세계 최고봉을 오른 데 대해 각계에서 찬사가 쏟아지고 있다.
'초모랑마(지구의 여신을 뜻하는 티베트 말)'라고도 불리는 에베레스트를 포함해 8,000m가 넘는 봉우리만 14개에 이르는 히말라야는 전 세계 산악인들이 꿈에도 오르고 싶어하는 고산등반의 성지(聖地)다. 어떤 이들에게는 정상에 오르는 환희를 선물하고, 어떤 이들에게는 자연의 무서움을 일깨워 주기도 하는 히말라야. 이장우 씨의 쾌거를 계기로 대한민국 산악계의 '메카'로 불리는 대구·경북의 히말라야 도전사를 알아봤다.
▲환희의 히말라야!
1977년 고상돈 씨가 한국인 최초로 에베레스트 등정에 성공한 이후 지역 출신으로 처음 에베레스트를 등정한 사람은 장병호(47) 대구등산학교 교장. 대한산악연맹 원정대에 참가한 장 교장은 1988년 9월 에베레스트에 오르는 데 성공했다. 오전 1시 해발 7,900m에 설치한 캠프4를 출발한 그는 9시간30분의 사투 끝에 정상을 밟았다. 당시 등정 멤버엔 산악인 엄홍길 씨도 포함됐다.
"지금에 비해 그 때엔 장비가 훨씬 무거워 등반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어요. 산소통 같은 경우 지금보다 3배나 무거웠지요. 또 하나부터 열까지 원정대원이 직접 해결해야 하는 등 등정에 난관이 많았습니다." 19년 전의 등정이지만 지금도 기억이 생생하다는 장 교장은 "히말라야와 같은 고산등반에서는 저산소 상태를 극복할 수 있는 고소 순응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해발고도 3,000m 이상부터 산소가 부족해져 5,000m 이상이 되면 평지보다 산소가 절반에 불과하지요. 가벼운 고산 증세는 눈이 충혈되고 메스꺼움 등이 나타나지만 심하면 목숨을 잃을 수 있습니다. 때문에 히말라야와 같은 고산등반을 위해서는 심폐기능 강화 등 착실한 준비가 중요합니다." 고산증세에 대비하기 위해 산악인마다 나름대로 심폐기능 강화 비법을 갖고 있단다. 해외 고산등반이 20여 차례에 이르는 장 교장 경우 산악마라톤을 통해 체력을 다졌다.
지금은 히말라야 등 고산 등반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도가 덜하지만 1980년대만 해도 등정에 성공할 경우 국민 모두가 환호하는 등 열기가 뜨거웠다는 게 장 교장의 회고다. "등정에 성공, 김포공항을 통해 귀국하면 공항에서 서울 시내까지 카퍼레이드 행사를 가졌어요. 히말라야가 이젠 트레킹 코스가 돼 신비감이 떨어진데다, 상업원정대가 많아지면서 등정의 의미가 점차 퇴색함에 따라 사람들의 열기도 감소한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지역 출신 여성으로 처음 에베레스트를 오른 사람은 김순주(37)씨. 1988년 효성여대(현 대구가톨릭대) 등산부에 가입하면서 산과 인연을 맺은 김 씨는 1992년 히말라야 6,000m급 봉우리를 등정한 데 이어 1993년 여성 에베레스트 원정대에 참여, 세계 최고봉인 에베레스트에 올랐다. 같이 정상을 밟은 지현옥(작고), 최오순 씨와 함께 에베레스트를 등정한 첫 한국 여성이 됐다. 그 이후 김 씨는 5대륙 최고봉을 모두 정복하는 쾌거를 이뤘다.
김씨의 남편 하찬수(40) 씨도 에베레스트와 칸첸중가, 시샤팡마 등 히말라야 8,000m급 14개봉 가운데 5개봉을 정복하는 등 히말라야 등반만 16회에 달하는 베테랑 산악인이다.
차진철(41) 씨도 지역을 대표하는 고산 등정가다. 1994년에 초오유와 시샤팡마 중앙봉 등 히말라야 2개 봉을 연속으로 등정했으며 가셔브롬Ⅰ,Ⅱ 봉 등도 발아래 뒀다. 그는 "악천후를 만나 식량과 물이 끊어질 때엔 죽음을 떠올린다."며 "전화나 TV 등 문명의 세계로부터 완전히 떠나 자유로움을 느끼고 스스로를 되돌아볼 수 있다는 것이 고산 등정의 매력"이라고 했다. 포항에서 활동하는 이동연, 이인 씨와 30대의 배영록 씨 등도 지역 출신 고산등반가로 이름이 높다.
지역 원정대로 에베레스트를 처음 오른 것은 1997년 봄 대한산악연맹 경상북도연맹 원정대였다. 북릉-북동릉 루트로 에베레스트 정상을 밟는 데 성공했다. 지금까지 에베레스트 정상을 밟은 지역 출신 산악인은 10여 명 정도다.
▲눈물의 히말라야!
'신이 허락해야 오를 수 있다.'는 말처럼 히말라야 등정은 수많은 위험을 안고 있다. 최근에도 우리나라 산악인 2명이 에베레스트 등반 도중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는 등 히말라야는 때때로 좌절과 눈물을 안겨주는 곳이다.
지역에선 1986년 봄 히말라야 다울라기리Ⅱ봉 등정에 나섰던 대원 1명이 목숨을 잃었다. 2004년 5월에는 에베레스트 등정에 성공하고 하산하던 계명대 원정대원 3명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정상을 불과 수십m 앞두고 발길을 돌리는 등 정상 등정에 실패하는 경우는 비일비재하다. 1983년부터 2003년까지 히말라야 원정을 떠난 지역 58개 원정대 가운데 20여 원정대가 좌절하고 말았다.
이대현기자 sky@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재산 70억 주진우가 2억 김민석 심판?…자신 있나" 與박선원 반박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트럼프 조기 귀국에 한미 정상회담 불발…"美측서 양해"
김기현 "'문재인의 남자' 탁현민, 국회직 임명 철회해야"
김민석 "벌거벗겨진 것 같다는 아내, 눈에 실핏줄 터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