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이 치열한 사회일수록 부모의 마음은 아이가 좀 더 지혜롭되 선량하고, 굳세되 따스하게 살아줬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 요즘 어느 분야 할 것 없이 '멘토' 역할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이유도 이런 사정 때문일 것이다. 몇 년 전 읽었던 '10년 후'(그레그 S.레이드 글/해바라기 펴냄)라는 책이 떠오른다. 이 책은 로이라는 성공한 실업가가 오스카라는 소년에게 들려주는 인생 지침서다. '가장 소중한 재산은 나누는 마음이다', '좋아하는 일을 하거나 현재 하는 일을 좋아하면 성공은 저절로 따라온다.' 등의 금언은 요즘 읽어봐도 새롭게 다가온다. 현대 사회처럼 다양한 가치관이 복잡하게 얽힌 세상일수록 이런 멘토의 필요성은 더욱 절실하다.
새로 나온 책 '첫 단추'(고정욱 글/샘터 펴냄)는 위인들의 일화를 빌려 쓴 어린이들을 위한 인생 지침서다. 어린이를 위한 인생 지침서? 생뚱맞다 싶지만 요즘 이런 종류의 책이 시중에 많이 출판되고 것이 사실이다. 왜 그럴까. 한 초등교사는 "아이를 리더로 키우고 싶어하는 학부모들의 욕구가 반영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이유야 어쨌든 선험자들을 통해 인생의 시행착오를 줄이는 것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중요한 일이다. 반드시 리더만의 덕목은 아니다.
'첫 단추'는 제목에서처럼 성장의 문턱에 선 어린이들이 마지막 단추까지 잘 채워나가길 바라는 마음을 담고 있다. 짤막한 위인들의 일화를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하나의 주제 아래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인용하는 식이어서 느낌이 새롭다. 저자는 '너만의 재능을 찾아라'고 말을 건네면서 애플 컴퓨터 회장 스티브 잡스를 예로 든다. 가난한 가정에 입양돼 문제아로 성장했던 그는 타고난 괴짜 기질을 발휘해 세계 최초로 개인용 컴퓨터를 만들어내고 애플사의 회장이 됐다. 자신이 잘할 수 있는 분야를 일찌감치 찾은 덕분이다.
아들이 읽고 싶어하는 책 한 권을 사주기 위해 소중하게 간직하던 무명 한 필을 선뜻 팔았다던 김만중 어머니의 일화는 독서의 중요성을 새삼 일깨워준다. "독서는 단지 지식의 재료를 공급할 뿐이다. 그것을 자기의 것으로 만드는 것은 사색의 힘이다."는 슈바이처의 말은 두고 두고 곱씹을 만하다.
남의 비판을 내 발전의 밑거름으로 만들라고 말하면서 저자 자신의 일화도 예로 들고 있다. 글을 제법 잘 쓴다는 자긍심에 차 있던 그는 대학 졸업논문 심사에서 신랄한 비판을 들었지만, 그 비판을 수용한 결과 훨씬 훌륭한 논문이 됐다. 누군가가 지적을 해주면 고맙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얘기다. 저자는 끝으로 세상은 남과 함께 하는 것이므로 타인에게 도움을 줌으로써 나도 이익을 얻고 승리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가 생각해보라며 글을 맺고 있다. 책장을 넘기다보니 어른과 아이가 함께 읽어보고 이야기를 나눠도 좋을 것 같았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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