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상사와 함께 일해본 직장인들은 흔히들 말한다. '여자 상사는 힘들어.' 하지만 부하직원만 힘든 것은 아니다. 여자도 상사노릇 하기 힘들다. 여자라고 무시하는 남자 직원들 때문에, 대 놓고 신경질을 부리는 여자 직원들 때문에 가끔은 '악~'소리가 목구멍까지 차올라오기도 한단다. "나도 힘들어. 너네들이 날 인정해 준 적이나 있어?"
◇남자들 이상으로 나도 노력했어
남자들 중심으로 돌아가는 세상에서 비집고 올라오기 위해 정말 이 악물고 살았던 세월이다. 이제 겨우 능력을 인정받나 싶었는데 이젠 밑에서 들려오는 거센 아우성에 진이 다 빠진다.
김모(48'여) 부장은 "여자 상사의 목소리에는 힘이 실리지 않는다."고 푸념했다. 남자 상사의 능력은 높이 평가하면서 여자 상사의 능력은 당연한 것으로 치부해버리는 직장 문화 때문이라는 것이다. "여자가 짜증나게…. 아, 피곤해."라고 간단히 무시해버리는 경상도 남자들 특유의 보수성도 여기에 한 몫 했다.
여성 직장인들의 수는 늘어나는데 이들에게 배정된 자리(특히 고위직)는 극소수에 불과하다는 점도 여성 상사의 목소리에 힘이 실리지 않는 이유 중 하나다. "여자상사에겐 충성해봤자 소용이 없으니까요. 직원들이 더 이상 올라갈데 없는 여자 상사에게 잘 보일 이유가 뭐 있겠어요."
◇제발 편견을 버려줘
여자는 이러나 저러나 욕먹게 마련이다. 꼼꼼하게 일을 챙기다보면 '여자라서 소심하다'는 평이나 듣고, 신중한 판단을 위해 결정을 조금 미루다보면 '여자라서 추진력이 모자라'라는 소리가 튀어나온다. 정 반대로 남자처럼 터프하게 굴면 '뭐 여자가 저래. 여성스럽지 못하게.'라며 흉을 본다.
경북도청 김윤수 보건위생과장은 "워낙 이런 말을 많이 듣다보니 상사 노릇도 너무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행사 일정이 조금 마음에 들지 않아도 '여자라서'라는 소리가 무서워 그냥 지나쳐야 하고, 될 성 싶지 않은 기획도 일단 밀어붙이고 난 뒤 사후에 조정하도록 일을 추진하게 됐다는 것이다. 남자같다는 평가가 무서워 의상에도 신경써야한다. 가능한 여성의 매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차림새가 포인트.
"남자 상사에게는 이런 평가가 쉽게 튀어나오지 않지만 여성 상사에게는 얼마나 쉽게 뒷말이 생겨나는지 무서울 정도라니까요. 얼마전부터는 도청 여자 직원들 모임에도 의도적으로 나가지 않고 있습니다. 괜히 남자 직원들에게 '여자라고 여성만 챙긴다'는 뒷말을 듣기 싫기 때문이죠. 정말 공평하게 다 챙겨주고 아껴주고 싶은데 사람살이가 쉽지는 않습니다."
◇나도 여자지만 여자가 무섭다
여성들의 시기, 질투심을 상상을 초월한다. 물론 남자라고 이런 마음이 없는 것은 아니겠지만 '쪼잔하게 군다'는 평이 두려워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는 경우가 많아 여성들의 질투심이 유독 부각되는 것.
이모(42) 과장은 "여자 직원들 무서워 칭찬 한 마디 하기 힘들다."고 했다. 회의 시간에 누구 한 명을 칭찬해 주면 어느새 그 직원은 왕따가 되어있기 일쑤다. "어떻게 했길래 쟤만 편애하는거야? 뭘 갖다 바친거지?"라는 수근거림에 귀도 가렵다.
처음에는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소신을 가지고 가급적 칭찬에 인색하지 않으려 했던 이 과장이었지만, 관리자의 위치에 올라선 지 몇 개월 만에 입을 다물고 말았다.
남자직원들만 편애한다는 평가도 억울하다. "팔이 안으로 굽지 밖으로 굽겠냐."는 것이 여성 상사들의 항변이다. '미운 자식 떡 하나 더 주고, 이쁜 자식 매 하나 더 때린다'는 심정이라는 것. 이 과장은 "아직도 남성 중심인 사회에서 여성이 살아남으려면 남자와 똑같이 잘해서는 어렵다."며 "같은 여자로서 더 잘 할수 있도록 애정어린 질책을 하는데도 편애한다는 욕만 먹는다."고 했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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