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책/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집 스트로베일 하우스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집 스트로베일 하우스/이웅희·홍순천 지음/시골생활 펴냄

짚은 우리 감수성의 저 깊은 뿌리와 맞닿아있다. 구수한 짚 태우는 냄새가 마을 어귀에 퍼지면 비로소 저녁시간임을 깨달았을 때가 있었다. 짚단으로 쌓은 달집에 불을 붙이는 쥐불놀이나 멍석 위에서 새끼를 꼬던 추억을 핏줄에 새기고 있는 한국 사람이기에, 짚은 비록 사라지고 있지만 언제나 향수를 자극한다.

짚으로 만든 집이 국내에도 20여채가 있다. 하지만 이는 초가가 아니다. 지붕만 짚으로 덮는게 아니라 집 전체를 짚으로 지은 것. 스트로베일 하우스는 생태 주택으로 관심을 끌고 있다.

스트로베일은 육면체로 압축한 볏집을 의미한다. 그러니까 스트로베일 하우스는 압축볏짚(베일)을 이용해 짓는 집. 이는 100여년 전, 미국 네브래스카 주에서 볏짚을 압축하는 베일러가 탄생하면서 가능해졌다. 압축된 베일을 저장해서 임시창고를 만들면서 우연히 스트로베일 하우스를 만들어냈다. 농부들의 손에 의해 탄생한 것이다. 그 후 서구에는 20,30년이 채 되지 않아 스트로베일 하우스가 생태건축의 한 분야로 자리잡았다. 중국에서도 스트로베일 하우스가 1천여채 지어졌다. 집의 친환경성에 주목했기 때문이다.

스트로베일 하우스는 2005년 우리나라에서 국내 최초 스트로베일 하우스가 만들어졌다. 동강 제장마을에 지어진 집 '동강사랑'은 이 책의 두 저자가 4개월에 걸쳐 지은 것. 한국내셔널트러스트 시민유산 제3호로 지어졌다. 그 이후 국내에 지어진 스트로베일 하우스는 20여채. 이 책은 스트로베일 하우스를 짓는 과정과 기술적 문제, 시공방법, 주거 경험 등을 싣고 있다.

스트로베일 하우스가 단시간에 각광을 받게 된 데에는 여러 가지 장점이 존재한다.

첫째는 재료의 생태성이다. 대부분의 자연소재로 지을 수 있기 때문이다. 볏집은 매년 생산되기 때문에 확보가 용이하고 비용이 저렴하다. 또 단열성이 뛰어나다. 여름은 시원하게, 겨울은 따뜻하게 보낼 수 있다는 것. 통기성도 탁월하다고 한다. 벽체가 살아숨쉬기 때문에 각종 냄새가 자연스럽게 배출되고 집안 공기가 늘 쾌적하다.

즉, 스트로베일 하우스는 값싸게, 생태적이고 기능이 탁월한 집을 지을 방법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실마리를 제공한다. 스스로 삶을 기획해 만들어가는 사람에게 새로운 집의 전형이 되기 충분한 방법이라는 것.

하지만 의구심이 가는 것이 사실이다. '볏집으로 만든 집'이라고 하면 '아기 돼지 삼형제'에서 늑대의 입김에 날아가버린 집이 연상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미 서구에서 오랜 기간 검증됐기 때문에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가장 걱정되는 것은 화재의 취약성. 미국의 소방안전테스트 결과 스트로베일 벽을 1천12℃의 열로 두 시간 넘도록 가열해도 전혀 불이 붙지 않았다고 해, 이 또한 걱정할 필요가 없다.

이곳에 살고 있는 저자는 스트로베일하우스의 장점에 대해서도 소개한다. "짚으로 지은 집에는 음식 냄새가 배지 않는다. 큰아이는 겨울만 되면 팔꿈치 안쪽에 생기던 아토피 증상을 씻어냈다. 과음한 다음 날 아침에도 편안하게 잠을 깨웠다."제목처럼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집'으로 다가온다.

이 책은 스트로베일하우스 건축 과정을 사진과 함께 자세하게 소개한다. 집의 의미와 함께 집짓기의 전 과정을 이해할 수 있다.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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