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범여권 통합 'DJ 입김' 세진다

친노 포함 대통합 '가이드라인' 제시

범여권을 상대로 한 김대중 전 대통령(DJ)의 대통합 '훈수정치'가 통하고 있다.

DJ는 범여권의 대통합 협상이 친노(親盧)인사 배제문제로 답보상태에 빠지자, 최근 들어 대선주자들을 잇따라 만나는 동시에 통합민주당 측에는 내년 봄 총선과 관련된 경고성 발언까지 함으로써 물꼬를 트고 있는 것. 이에 앞서 범여권이 소통합론과 대통합론으로 맞섰을 땐 대통합을 역설, 대선주자 중심의 대통합론을 유도하기도 했다.

DJ는 10일 친노 대선주자인 김두관 전 행정자치부 장관을 만나 "대통합에 적극 나선 것은 잘한 일"이라고 강조, 친노세력까지 포함하는 대통합이 자신의 뜻임을 분명히 했다.

전날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에게는 "대통합 외에 길이 없다."고 못박은 뒤 "대통합에 기여하는 사람이 국민의 지지를 받을 것이며 대통합에 걸림돌이 되거나 실패하게 하는 지도자는 내년 총선에서도 실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DJ의 잇단 발언은 대통합을 위해 통합민주당과 친노 세력 간의 화합을 강조한 것인데, 특히 통합민주당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통합민주당의 경우 호남지역을 기반으로 범여권 주도세력으로 재부상하겠다는 게 목표로, 이를 위해 연말 대선보다 내년 총선을 더욱 의식하고 있다는 얘기가 당 안팎으로 들리고 있는 상황.

그러나 당내에서 대통합에 적극 나설 것을 촉구해왔던 김효석·이낙연·신중식 의원 등 비주류의 목소리가 DJ 발언과 맞물려 거세지고 있어 변화조짐이 일고 있다.

이들은 오는 14일까지 대통합과 관련, 박상천·김한길 공동대표의 결단 여부를 지켜본 뒤 탈당 문제에 대해 최종 결정을 내릴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DJ 차남인 김홍업 의원까지 최근 이들에게 가세함으로써 당 지도부를 더욱 압박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열린우리당의 정세균 의장과 통합민주당의 박상천·김한길 공동대표, 탈당세력인 대통합추진모임의 정대철 대표 간 4인 회동이 12일쯤 재개될 것으로 알려졌다.

DJ가 범여권의 대선 일정을 사실상 주도하는 것처럼 비쳐지면서 노무현 대통령이 이에 대해 어떤 입장을 표명할지 여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서봉대기자 jinyo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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