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부메랑

시골사는 사람이 카지노에서 거액의 상금이 걸린 잭팟을 터트렸다. 행운의 주인공은 환호했다. 같이 온 친구들도 서로 손을 마주 잡고 활짝 웃으며 예고 없이 다가온 행운에 날아갈듯 기뻐했다. 그러나 문만 열면 카지노를 찾는 도박꾼들의 반응은 달랐다. 마치 남의 불행을 보는듯 혀를 차며 안타까워했다. "가진 재산 다 잃고 거지될 사람이 하나 더 늘었다"는 게 그들의 말이었다. 달콤하게 다가온 행운이 쓰디쓴 파멸과 불행으로 변할 수도 있다는 경험에서 나온 반응이었다.

부메랑은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들이 사용하던 사냥용 도구다. 새나 작은 짐승을 잡거나 일종의 장난감으로도 썼다. 길이 30~80cm로 양끝이 70~120도 벌어진 반원형 나무조각으로 표적물에 던져 명중하지 않을 경우 원래의 위치로 되돌아온다. 부메랑은 힘차게 멀리 던져야 위력이 제대로 나타난다. 되돌아오는 반동도 그만큼 크다.

잘사는 나라들이 가난한 나라의 산업을 일으키고자 돈과 물자를 퍼부었다. 자신들이 만든 상품을 사 줄 시장이 필요했다. 그러나 개발도상국의 값싼 노동력은 곧바로 돈과 기술을 대 준 선진국의 산업과 경쟁하게 됐다. 이른바 부메랑 효과다. 부메랑의 모습은 정치, 사회, 경제, 환경 등 모든 분야에서 드러난다. 풍요와 편리함을 가져다 준 기술문명이 인간의 생존자체를 위협하기도 한다. 당장의 이익을 가져다 준 일들이 불이익과 위협으로 되돌아오는 예는 수도 없다.

유능한 영업사원은 고객에게 자신의 상품을 강요하지 않는다. 지나친 설득과 권유가 되레 반발을 사는 것을 안다. 빨간색을 권하면 고객은 하얀색으로 선택을 바꾼다. 지나친 권유나 설득이 오히려 반발을 일으켜 엉뚱한 길로 가게 한다는 것을 경험으로 아는 것이다. 그래서 자신의 생각에 앞서 먼저 상대의 선택을 기다린다.

야당 대선 후보와 관련한 다툼을 두고 부메랑 효과라는 단어가 시중에 회자되고 있다. 상대를 겨눈 칼날이 자신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입힐 수도 있다는 경고음이 여기저기서 들린다. 법적다툼을 판정할 사법기관까지 예외가 아니다. 행운과 불행에 반가워하지도 안타까워하지도 않았던 塞翁(새옹)이 오늘에 산다면 "햇빛아래 서면 그늘이 있고 세상사 언제 어떻게 변할지 아무도 알 수 없다"고 하지는 않을까.

서영관 북부본부장 seo123@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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