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취업창업)"30, 40대여 공기업을 두드려라"

"조직에 새바람"…취업자수 늘어나는 추세

▲ 일반 직장에선 과장급인 이동훈(37) 씨는 지난해 대구시설관리공단에 입사한
▲ 일반 직장에선 과장급인 이동훈(37) 씨는 지난해 대구시설관리공단에 입사한 '늦깎이' 신입사원이다. 이상철기자 finder@msnet.co.kr

최근 공기업 채용시장에 30, 40대 바람이 불고 있다. 공기업들이 채용에 '나이 제한' 항목을 속속 없애면서 합격자 명단에 '늦깎이' 지원자들의 이름이 늘고 있는 것.

공기업은 이전에 '위계질서가 무너진다.' '조직 적응이 어렵다.'는 등의 우려가 많아 채용을 꺼렸지만 요즘은 이전 직장 생활을 통한 사회 경험과 노련미, 책임감 등에서 강점이 많아 공기업 조직에 새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는 평가에 따라 공기업의 시각도 많이 바뀌었다.

◆"37세에 1년차 신입이에요"

이동훈(37) 씨는 대구시설관리공단 1년차 신입사원이다. 지난해 2월 입사했다. 30대 중반의 나이에 대학을 갓 졸업한 20대 후반 젊은이들과 경쟁해 당당히 합격한 것. 당시 시설관리공단에는 14명 모집에 350여 명이 몰려 25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이 씨는 "주위 사람들 모두 젊지 않은 나이에 안정된 직장을 얻은 데 대해 부러워했다."고 말했다.

이 씨는 공단 입사 직전 음향 장비를 빌려주는 조그마한 회사를 운영했었다. 하지만 사업이 순탄치 않아 다른 길을 모색하던 중 '시설관리공단 채용' 공고를 본 것. 2년 전만 해도 그냥 지나쳐 버릴 공고였지만 그는 과감히 입사 원서를 썼다. 공단에서 2005년 9월부터 채용시 나이 제한을 없앴기 때문. 이 씨는 10년 정도의 음향 관련 경력을 가지고 있어 다른 응시생보다 경쟁력을 갖고 있었기에 자신감이 있었다. 당당히 합격한 그는 현재 대구시민회관 공연장 음향 쪽 일을 맡고 있다.

처음 이 씨는 다른 신입 동기들과 많게는 열 살 이상 차가 나서 서먹함도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씨'라고 부르던 동기는 이제 '형' '오빠'라고 부르며 친근하게 지내고 있다. 이씨는 "입사 초창기에는 나이 때문에 걱정도 있었지만 이젠 나이에 대해 크게 개의치 않는다."고 했다.

그는 현재 자신의 일에 대만족이다. 이씨는 "경력이 인정되지 않는 부분이 조금 아쉽지만 안정적인데다 모든 것이 계획적으로 착착 진행돼 일할 맛이 난다."고 했다.

◆뚜껑 열어보니 장점 많아

공기업들이 신입사원 채용 때 나이제한을 없애는 '열린 채용'을 한 것은 2004년부터 본격화됐다. 국가인권위원회가 학력, 나이 제한은 헌법상 평등권 침해라며 폐지를 권고한 것이 영향을 줬다. 지난해 하반기까지 학력, 연령 제한을 모두 폐지한 공기업은 20곳이 넘었다.

2005년부터 나이 제한을 없앤 한국전력의 경우 30세 이상 신입사원이 2004년 2%에서 2005년 10.6%로 늘었다. 국민연금관리공단은 2005년 8%에서 지난해 12%, 올해는 21%로 크게 늘었다. 한국지역난방공사도 지난해 9월 채용 때 15%가 35세 이상이었다.

공기업 인사 담당자들은 초반 조직 노령화와 조직 문화 침해 등을 적잖게 걱정했지만 막상 채용을 해보니 긍정적인 면이 많다고 입을 모았다.

성기준 한국지역난방공사 인사팀장은 "30대 이상 신입사원들은 사회 경험이 있어 업무 이해 속도가 빠르고 연륜 덕분에 조직원 화합에도 큰 몫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상대적으로 젊은 동기들과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는 생각에서 책임감과 열의를 보인다는 것.

이정철 국민연금관리공단 인사팀 대리는 "대학을 갓 졸업한 신입사원들보다 상대적으로 어렵게 취업을 했기 때문에 이직률이 거의 없고 직장에 대한 소중함도 남다른 것 같다."고 평했다. 회사 입장에서도 나이에 상관없이 능력 있는 사람을 채용할 수 있어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고 덧붙였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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