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징 이야기/ 잭 트레시더 지음·김병화 옮김/ 도솔 펴냄
"상징이나 원형(元型)은 인류의 심리에 깊이 뿌리박고 있어서 우리는 그것에 본능적으로 반응하게 된다."
칼 융의 이야기와 함께 지은이는 "상징은 음악이나 미술처럼 이성적인 언어로는 표현할 수 없는 감정적·정신적 속살을 보여주는 창문 같은 것"이라고 단정한다. 인류의 역사와 함께하며 우리 둘레에서 매혹적이고 신비로운 상상력을 불러 일으키는 물건은 수없이 많았다. 과학 지식의 발달로 그 상징성은 많이 퇴색하긴 했지만 여전히 세계 곳곳에서 그 상징에 기대 옛 이야기를 해석하고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내고 있다.
유명 미술사가인 지은이는 이미 '상징 완성 사전(The Complete Dictionary of Symbols)', '상징사전(Dictionary of Symbols)', '상징 1001(1001 Symbols)' 등의 저서를 통해 상징에 대한 지대한 관심을 보인 바 있다. 이러한 관심과 그동안의 연구를 바탕으로 한 책은 부제대로 '진귀한 사진·그림과 함께 보는 상징의 재발견'이다.
정령, 영혼·마음·초자연, 동물, 식물, 우주의 혼령, 예술, 패턴과 무늬로 구분해 무려 1천 개가 넘는 상징에 대한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낸다. 점성술이나 역(易), 타로 카드 등 큰 규모의 예언 시스템에서부터 실용적 사고의 비중이 더 큰 수학이나 의사 과학인 연금술 등의 시스템에서도 상징 체계를 찾아 제시한다. 엄청난 자료의 양만큼 동·서양과 시대를 막론해 전개되는 상징의 세계는 놀라움을 자아낸다. 그 중에는 창조와 관련된 상징물이 알이나 물이라는 보편적이고 공통된 요소로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그런가 하면, 뱀은 죽음과 혼돈의 상징이면서도 동시에 치유와 생명의 상징이 되기도 하는 것처럼 하나의 대상이 다양한 이미지로 나타나기도 한다. 이는 시대와 장소에 따라 그 뜻이 달라져 문화적 요소를 반영하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책에 수록된 200컷이 넘는 각종 사진 자료는 읽는 맛을 더 살려준다. 상징을 '즐겁게 이해'할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신화의 세계는 곧 상징의 세계'임을 보여 주듯이 그리스·로마 신화나 성서, 북유럽 신화에서 유래한 각종 회화 작품이 시각 자료로 게재됐다. 이집트는 물론 아시아 지역, 아메리카 인디언의 신화를 알려주는 자료도 많이 사용됐다. '전 세계 거의 모든 상징을 다룬다.'고 할 만한 수준이다.
동식물이 담고 있는 상징의 내용이나 예술과 예술작품, 패턴과 무늬 속에서 찾아볼 수 있는 상징은 우리의 일상에서도 많은 상징이 숨어 있음을 알려준다. 수많은 상징에 관한 자료가 있지만 아시아와 관련해서는 중국이나 인도 등 이미 서양에 많이 알려진 자료는 인용되나 한국의 자료는 보이지 않는다. 그만큼 자료가 우리의 관심이 적어서 그런 것인지, 우리의 상징 신화가 풍부하지 못해서 그런 것인지 한 번 따져볼 일이다. 우리의 신화나 전설, 민담을 찾아내고 그 속에 담긴 상징을 제대로 읽어 보는 과정은 색다른 묘미를 안겨줄 것이기 때문이다.
출판사에 따르면 1990년대에 나온 '상징의 비밀'과 '세계문화상징사전' 이후 한국출판시장에서 상징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다룬 책으로는 거의 10년 만에 나온 것이니만큼 그 자체로도 큰 의미를 지닌 결과물이다. 책을 읽는 방법에 따라 즐기는 법도 달라질 수 있다. 옮긴이가 추천한 대로 '혼자서 추리해본 각 상징의 의미가 맞는지 이 책을 들여다 보고 확인하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어릴 적 월간 만화책에서 중간 중간 나오는 퀴즈를 풀어보며 즐겼던 것처럼 말이다. 각 시대나 지역, 민족에 따라 상징이 달라진 배경을 통해 그 문화적 배경을 읽어내고 추론해 보는 것도 재미를 찾아내는 한 방도가 될 것이다. 248쪽. 2만 3천500원.
조문호기자 news119@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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