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의 '색채의 마술사 샤갈전'을 기억하십니까? 70여만 명이 몰려든 대형전시회였습니다. 비록 서울에서 열린 전시회였지만 대구·경북의 많은 미술애호가들도 서울까지 가는 열정을 보여줬습니다. 이후 미술전시회는 해마다 규모가 커지고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샤갈전에 못지않은 블록버스터급 미술전시회 3개가 올해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벌써 많은 분들이 다녀오셨다고 들었습니다. 도대체 어떤 전시회기에…. 직접 다녀왔습니다.
지금 서울에서는 '빛의 화가-모네(Monet)전'(서울시립미술관)과 '오르세(Orsay) 미술관전'(예술의 전당), '비엔나미술사박물관전'(덕수궁미술관) 등 3개의 대형전시회가 동시에 열리고 있다. 대구에서도 KTX를 타고 2시간이면 서양미술의 진수들을 모두 볼 수 있게 됐다. 블록버스터 전시회는 소수의 미술전문가가 아니라 미술시장이 확대되면서 일반인 미술애호가들과 학생들을 위한 전시회라는 점에서 각광을 받고 있다.
모네전은 개막 후 한 달여 동안 7만여 명이 관람했을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전시총감독 서순주(46) 씨는 "모네전은 모네작품의 세계 최대 소장처인 파리의 마르모땅(Marmottan) 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80점의 모네작품 중 절반인 38점을 대여했을 정도로 프랑스 이외의 나라에서 열린 '모네 회고전'으로는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말했다. 특히 '인상주의의 성서'로 불리는 모네의 '수련' 연작이 8점이나 전시되고 있다. 올여름 모네의 그림을 보기 위해서는 파리 교외 불로뉴 숲에 있는 '마르모땅 미술관'이 아니라 서울시립미술관에 가야 한다.
마르모땅 미술관뿐 아니라 파리의 오르세미술관이 소장한 '네덜란드의 튤립밭'을 비롯해 전 세계 20여 곳의 공공미술관으로부터 작품을 모았다. 특정 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컬렉션전과는 다를 수밖에 없다. 미술관 컬렉션전은 한 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다양한 작품을 한꺼번에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그 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최고의 작품들을 모두 대여하지 않는다는 것이 한계다.
이번 전시는 또 연대기적인 서술이 아니라 국제적인 전시회처럼 주제별 전시회로 탈바꿈한 것이 특징이다. '모네전'을 관통하는 큰 주제는 '물의 풍경'이다. 모네는 물의 작가다. 그의 삶은 언제나 물과 함께했고 그의 그림은 물의 풍경으로 가득 채워져 있다. '물위의 풍경', '가족의 초상', '지베르니의 정원', '센강과 바다', '유럽의 빛' 등 5가지의 소주제를 통해 모네의 작품세계를 입체적으로 느낄 수 있다.
서 씨는 "세잔이 모네를 두고 '모네가 가진 것은 눈밖에 없다. 그러나 얼마나 위대한 눈인가!'라고 평하기도 했을 정도로 모네는 인상파의 선구자다."면서 "이번 전시회는 모네가 현대미술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그 모티브를 찾을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전시회를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림만 보는 것으로는 2% 부족하다. 매일 오전 11시와 오후 1시 4시, 7시에 있는 도슨트(작품설명 도우미)의 작품해설을 듣는 것이 좋다. 단체일 경우에는 요청하면 따로 해설을 해주기도 하고 개인적으로는 오디오북(대여료 2천 원)을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요즘에는 평일에도 오디오북을 대여하는 관람객이 200여 명이나 될 정도로 미술관람을 하는 수준이 높아졌다.
글·사진 서명수기자 diderot@imaeil.com
♠ 서순주 모네전 전시총감독에게 듣는다
▶왜 '모네'인가.
서순주 '모네전' 전시총감독은 "모네는 인상파의 선구자로 '빛은 곧 색채'라는 인상주의의 신념에 누구보다 충실했다."며 "그는 르네상스 전통에 사로잡혀 있던 자연을 모사하는 방식에서 그림을 해방시켰다."고 말했다. 그는 "일반인들은 미술사에 족적을 남긴 유명한 '피카소'같은 작가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면서 "인상파처럼 화려한 색채로 그린 꽃과 여인같은 그림을 좋아하는데 '수련'이나 물의 풍경을 즐겨 그린 모네는 일반인들로부터 사랑받는 작가 중 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래선가 6월까지 전세계 8개국에서 '모네전'이 열릴 정도로 모네는 인기를 끌고있다.
▶미술전시회 관람 이렇게…
-선입관을 가지고 보지말라.
-처음부터 너무 가까이에서 세밀하게 관찰하는 것보다 전체를 둘러보고 찬찬히 세부를 보는 것이 낫다.
-전시회에 가기 전에 전시회 홈페이지를 통해 작품에 대한 기본정보를 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전시회에 가서는 '볼 것이 없다'는 불평부터 하지 말라. 그러면 기억에 담아갈 것이 없을 수도 있다.
-보고 느낀대로 담아가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한 번 전시회에 와서 대가의 그림을 슬쩍 본다고 작품의 의미를 다 알수는 없는 것은 당연하다.
서명수기자
♠ 블록버스터 전시회 세부 일정
▶빛의화가-모네전
-기간=6.6~9.26일 오전 10시~오후 10시(주말 및 휴일은 오후 8시까지, 매주 월요일은 휴관).
-장소=서울시립미술관.
-입장요금=성인 1만 원, 청소년 8천 원, 어린이 6천 원(20인 이상 단체는 1천 원 할인되고 7세 미만 미취학아동과 65세이상, 장애인은 무료입장).
-전시작품=모네의 수련연작 등 60여 점.
-문의=02)724-2900.
▶오르세미술관전
-기간=4.21~9.2일 오전10시~호후 8시(매월 마지막주 월요일은 휴관).
-장소=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
-입장요금=어른 1만 2천 원, 청소년 9천 원, 어린이 7천 원(단체는 각 2천 원 할인).
-전시작품=밀레, 마네, 모네, 반고흐, 고갱 등의 작품 44점.
-문의=02)322-0071.
▶비엔나미술사박물관전
-기간=6.26~9.30일 오전 9시~오후 8시30분(매주 월요일 휴관).
-장소=덕수궁미술관.
-입장요금=어른 1만 2천 원, 청소년 9천 원, 어린이 7천 원(단체는 2천 원 할인).
-전시작품=렘브란트와 바로크작가들 작품.
-문의=02)368-1414.
댓글 많은 뉴스
나경원 "李 장남 결혼, 비공개라며 계좌는 왜?…위선·기만"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재산 70억 주진우가 2억 김민석 심판?…자신 있나" 與박선원 반박
트럼프 조기 귀국에 한미 정상회담 불발…"美측서 양해"
김기현 "'문재인의 남자' 탁현민, 국회직 임명 철회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