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학입시)고3, 잠시라도 쉬자

'꿀맛 휴식'으로 학습의욕 재충전

▲ 여름방학과 함께 닥친 며칠의 휴식은 수험생들이 기분을 전환하고 각오를 다질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된다.
▲ 여름방학과 함께 닥친 며칠의 휴식은 수험생들이 기분을 전환하고 각오를 다질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된다.

여름방학을 맞이한 지금쯤 고3 수험생들의 표정은 자못 비장하다. 2학기의 성적 향상과 입시의 성공을 위해 방학 동안 학습에만 매달려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이다. 지켜보는 학부모 역시 방학을 중대한 고비로 보고 자녀와 호흡을 같이 하려 애쓴다.

그러나 아무리 의욕이 앞서도 몸이 따르지 못한다면 학습 효과는 오히려 떨어진다. 투입하는 시간이 중요한 게 아니라 몸과 마음이 얼마나 공부할 준비를 갖추었는가가 관건인 시기다. 따라서 고3생이라도 며칠은 푹 쉬는 게 좋다. 1학기 동안 수업과 시험, 보충수업과 자율학습을 맴돌며 지친 몸과 마음에 여유를 되찾는 기간을 가져야 한다. 알찬 휴식은 집중력을 배가시키고 몇 배의 학습 생산성을 가능하게 한다. 짧은 기간 어떻게 쉬어야 할지도 고민할 문제다.

▶제대로 쉬어라

고3 수험생들에게 잠시의 휴식이 주어지면 무엇을 가장 하고 싶은가 물어보면 가장 먼저 나오는 대답이 "실컷 자고 싶다."는 것이다. 평소에 교실과 공부방이라는 좁은 공간에서 생활하며 많은 스트레스 가운데 특히 만성적인 수면 부족에 시달리기 때문일 것이다. 어디론가 떠나려면 부모님의 허락을 받아야 하는데 그게 여의치 않다는 걱정도 작용한다.

그러나 잠만 자기에는 뭔가 허전하고 아쉽다. 가만히 앉아서 풀리기를 바라기에는 그동안 쌓인 스트레스가 너무 크다. 젊은이라면 당연히 활동적이고 적극적인 휴식을 찾아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바다나 산으로 짧은 여행을 떠나거나, 운동이나 봉사활동에 땀 흘려 보거나, 독서와 영화 같은 데 빠져 보라는 얘기다. 제대로 쉬어야 제대로 공부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산이냐 바다냐

자연은 수험생들에게도 최고의 휴식처가 된다. 그러나 어디로 가야 할지는 개인의 취향에 따라, 여건에 따라 다를 수 있다. 교사들은 일단 바다보다 산이 수험생들에게는 더 나은 여행지라고 입을 모았다. 여름 바다는 사람을 들뜨게 하고 혼란스럽게 만들지만, 산은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고 결의를 다질 수 있는 계기를 준다는 것이다. 오가는 길이 가깝고 잘 아는 곳이라면 혼자 가는 것이 좋다. 다소 먼 길, 초행이라면 가족이나 친구 한두 명과 함께 가는 게 낫다.

지난해 수험생활을 한 A군 역시 여름방학 시작과 함께 나름의 휴식 방법을 정했다. 이틀 동안은 실컷 잠을 잔 뒤 3일째 되는 날 배낭에 음식과 물을 넣고 산으로 향했다. 가장 더운 시간에 산에 올랐지만 남은 기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다지는 데는 더없이 좋은 시간이었다고 한다. "하루만 시간을 내면 됩니다. 한낮 더위 속에 땀을 쏟으며 걷다 보면 고통을 다 잊는 순간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이 경험을 한 번 하고 나니 앞으로의 공부가 힘들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실컷 땀을 흘리고 저녁에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하산할 때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카타르시스를 느꼈습니다."

▶책과 함께

하는 일이 뜻대로 되지 않고 몸과 마음이 지쳐 심한 상실감에 빠져 있을 때, 그 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자극이 필요하다. 수험생의 유형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감동을 담은 책이 주는 자극도 대단히 유용하다. 진한 감동을 수반한 독서를 통해 수험생활의 어려움을 이겨낸 수험생들이 예상 외로 많다. 며칠 쉬는 동안이라도 마음만 먹으면 두세 권 정도는 충분히 읽을 수 있다.

현재 대학교 1학년인 B양은 평소에 책읽기를 좋아했지만 고3이 되자 자신이 읽고 싶은 책을 거의 읽을 수 없었다. 그녀는 여름방학 초반의 짧은 휴식 동안 여성 혁명가 '로자 룩셈부르크의 서간집'을 읽었다고 한다. "자기의 이상을 실현하고 신념을 지키기 위해 철저히 노력하고 진실했던 저자의 삶이 크게 와 닿았습니다. 감금 생활에서도 자유로운 사람보다 더 큰 행복과 만족을 얻었다는 얘기에 제 삶을 반성하기도 했습니다. 그 책 한 권이 고3생활의 고통을 떨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굳이 하지 않아도

뚜렷한 계획을 세우지 않고 마음 가는대로 휴식을 취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 빡빡한 여행에 나서기보다 아무 생각 없이 음악을 듣고, 컴퓨터 게임을 하고, 만화책도 보며 한가함에 빠지는 것도 좋은 휴식 방법이다.

가족들은 수험생을 위해 굳이 프로그램을 만들 필요가 없다. 짧은 기간이기 때문에 수고했다는 말과 함께 이해하고 지켜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수험생활이 막판에 갈수록 가족 구성원 사이에 대화가 줄어들고 오해도 많이 생길 수 있다. 입시가 끝난 후 심각한 갈등에 빠질 여지도 있으므로 휴식할 때 서로를 칭찬하고 격려하며 남은 기간에 대한 각오를 다지는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다.

며칠 쉬는 것조차 불안하다면 지난 몇 년 동안의 수능 기출문제를 여유롭게 풀어보면서 마음의 안정을 찾아보자. 마음은 급한데 어떻게 공부해야 할지 갈피를 못 잡는 수험생이라면 기출문제 풀이가 큰 도움이 된다.

김재경기자 kj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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