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노인요양병원 '우후죽순'

2년새 3배 늘어…"인구 대비 병상 과잉"

비가 새는 허름한 집 때문에 고민이 많았던 김모(75) 할머니. 그러나 장마철인 요즘에 김 할머니는 비 걱정을 하지 않는다. 대구 수성구 두산동 주택가에 있는 김 할머니의 집이 최근 말끔히 단장됐기 때문. 물이 새던 천장은 새 지붕으로 덮였고 질퍽하던 마당에는 보도블록이 깔렸다. 쩍쩍 갈라졌던 담장에도 곱게 시멘트가 발렸고 집 앞에는 널찍한 평상까지 놓였다.

김 할머니의 시름은 '대구시 치매 및 노인전문병원' 덕분에 사라지게 됐다. 이 병원 부설 재가노인복지센터가 공군 방공포병학교와 연계, 할머니의 집을 고쳐준 것. 이 센터는 매주 화요일마다 홀몸 노인이나 무연고 노인들의 집을 고치고, 도배를 해주고 있다. 김 할머니는 "구청이나 동사무소도 아니고 노인병원에서 집을 고쳐준다기에 처음에는 믿기지 않았다."며 "건강이 나빠지면 그 병원에서 진료를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 지역의 노인요양병원이 해마다 급증하면서 병원 간 서비스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집에서 돌보기 힘든 노인들을 맡겨놓는 요양원 수준에서 벗어나 의료서비스와 복지 서비스를 연계하거나 재활치료를 강화하는 등 차별화된 서비스로 노인 환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애쓰고 있는 것. 수성구 H노인병원은 최근 수성구보건소와 함께 지역 내 65세 이상 노인들을 대상으로 '치매 조기선별검사'를 해주고 있으며, 자체적으로 지역 내 노인들을 위한 봉사활동도 계획하고 있다. 달서구의 D요양병원은 병실문을 모두 없애 너른 공간을 확보하는 등 병원 환경 개선에 힘을 쏟는 한편 물리치료사를 추가 확보, 재활치료학과를 강화할 계획이다. 이 병원 관계자는 "갈수록 병원 간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면서 "노인 환자 유치를 위해 재활치료 분야를 특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시에 따르면 만성 퇴행성 질환이나 노인성 질환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민간 노인요양병원은 지난해 말 현재 21곳. 2004년 7곳에 불과했던 것에 비하면 2년 만에 3배나 늘었다. 일반 병원에서 일부 병상을 요양 병상으로 전환한 경우도 적지 않아 대구 시내 일반 병원 76곳, 1만 2천382병상 가운데 415병상이 요양 병상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처럼 요양병원이 늘면서 노인 인구 대비 요양 병상 수는 이미 적정 수준을 넘은 상태다. 보건 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대구 요양 병상은 2천482개로 입원이 필요한 65세 이상 노인 인구(전체 20만 명의 1%인 2천 명)에 비해 480병상 정도 더 많다. 대구시 관계자는 "고령화사회로 접어들면서 경영난에 시달리던 중소병원들이 요양병원을 새로운 탈출구로 인식하면서 앞다퉈 문을 열고 있다."며 "요양병원이 정작 필요한 농촌보다는 대도시를 선호하는 경향도 요양병원 폭증에 한 몫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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