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아들은 서로 어깨를 맞대어 의지하면서 건강을 유지하는 기능을 한다. 서로 도움을 주고 받으면서 조화로운 배열을 이뤄 각자 맡은 일을 하면서 독립개체로 살고 있다. 그러나 균형이 깨져 어긋나면, 딱 맞던 이는 느슨하게 접촉하므로 음식물이 끼어들게 된다. 제때에 없애지 못하면 부패해 냄새가 나고, 세균들이 자랄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므로 충치가 생기거나 잇몸질환이 발생하기도 한다.
입 안에는 32개의 치아가 서로 밀접한 관계 속에서 살아간다. 그리고 가장 늦게 나오는 사랑니는 항상 문제를 만든다. 부족한 공간에선 비뚤게 겹쳐 나거나, 옆의 치아를 비집고 억지로 자리를 마련하게 된다. 당연히 나쁜 환경이 만들어져, 인접한 치아들의 건강도 해치고, 나아가 전체의 삶에 고통을 준다. 그러면 우리는 병원에서 강제로 치아를 없애 회복기를 거쳐 다시 균형을 찾는 것이다.
어떤 원인에 의해 한 치아에 충치가 생기면, 그 치아는 외부의 도움이 필요한 상태가 된다. 이를 방치하면 나쁜 환경이 만들어져 옆에 있는 다른 치아도 영향을 받는다. 또 치아를 잃어버리면, 서로 의지하던 앞뒤와 위아래의 치아는 균형을 잃어 울퉁불퉁한 배열을 이루게 돼, 전체적인 조화를 잃게 된다. 이 때문에 씹는 기능이 나빠지고 또 다른 병이 이웃한 치아에 생기게 되는 것이다.
치아들은 서로 독립된 개체이지만, 한 개가 병들면 이웃한 치아들에도 영향을 미쳐 결국 같이 병들어 간다. 즉 이웃이 병들면 자기도 같이 아프게 되는 것이다. 치과에서 한 치아의 건강을 회복시켜 주는 것은 동시에 이웃한 치아의 건강도 자연스럽게 도와주는 것이 된다.
좋은 이웃이 삶을 편하게 하는 밑거름이 되는 세상 이치와 같은 것이다. 내가 살고 있는 동네는 아홉 가구가 서로 의지하며 살고 있다. 독립된 가정이 서로 한집에 사는 것처럼 의지하며 즐거움을 나누고 불편한 것들은 힘을 합쳐 해결해 나가는 '한 단위'로 산다.
이웃의 즐거움이 나의 행복으로 돌아오고, 내가 편안해 하면 이웃도 즐거워지는 이 동네는 서로가 노력해 균형을 유지한다. 살아가면서 왜 갈등이 없겠는가? 서운한 이웃을 원망하는 마음도 분명히 있겠지만 서로가 배려하고 노력하므로 관계는 복원되고 즐거운 삶이 유지되는 것이다. 조만간 한 이웃이 이사를 간다. 그의 빈자리가 우리의 '이가 맞는 삶'에 균열을 갖고 올 것이다. 그의 빈자리는 남아 있는 우리에게 나쁜 환경을 줄 수도 있을 것이다. 또 새로 들어오는 이웃도 편한 이웃으로 공동체를 이루기까지는 얼마 동안의 적응이 필요할 것이다.
입안의 치아들은 자기 자리를 지키며 고유의 기능을 하기 위해 자정작용을 통해 스스로도 많은 노력을 하고 그것이 부족하면 외부의 도움을 받는다. 치과적인 치료는 빈 공간을 메워 조화로움을 회복하는 것으로 외부의 힘이 되는 것이다. 이웃이 힘들면 우리 사회의 구성원들은 서로가 서로에게 외부의 힘이 돼 부족한 것들을 메워 줘야 결국에는 내가 행복해진다.
최성진(최진치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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