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윤조의 수다수다] 징크스

▲ 일러스트=양은봉
▲ 일러스트=양은봉

시험날 아침에 미역국을 먹으면 시험에 미끄러진다, 13일의 금요일은 불길하다, 4자는 죽음을 연상시켜 불길한 숫자다, 이름을 빨간펜으로 써서는 안된다, 장사하는 사람이 아침 첫 손님이 여자면 운이 좋지 않다, 아침부터 까마귀가 울면 나쁜 일이 생긴다….

세상에는 수 많은 징크스(jinx)가 존재한다. 과연 징크스란 무엇일까? 왜 사람들은 우연적으로 반복되는 일들에 법칙을 붙여 '징크스'라고 명명하고 운수 좋다, 혹은 재수 없다 등의 판단을 같다 붙이려는 걸까?

#징크스의 의미와 유래

일반적으로 '징크스'를 언급할 때는 재수 없는 일, 운이 따르지 않는 일, 혹은 어떤 일만 하면 좋지 않은 결과를 갖게 되는 부정적 의미로서 발생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국어사전을 찾아보면 "재수 없는 일, 으레 그렇게 되리라고 일반적으로 생각되고 있는 일, 또는 경기 등에서 으레 그렇게 되리라고 일반적으로 믿고 있는 일"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이렇듯 '징크스'란 흔히 불길한 징조라는 의미가 강하다.

하지만 우리는 많은 경우 긍정적인 징조까지도 포함하는 넓은 의미로 '징크스'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까치가 울면 반가운 손님이 올 징조라든가, 어제 홈런을 쳤을 때 입었던 속옷을 그대로 입고 오늘 경기에 임하는 야구 선수 등의 사례가 긍정적인 의미의 '징크스'에 해당할 것이다.

징크스라는 말이 생겨난 것은 딱따구리의 일종인 '개미핥기새'(junx)에서 유래했다는 설과 1868년 미국에서 큰 히트를 쳤던 노래 '기병대장 징크스'(Captain Jinks of the Horse Marines)에서 나왔다는 설 두가지가 있다. 개미핥기새의 이상한 습성 때문에 미신과 결부시켜 신비한 새로 인식해 왔다는 풀이. 또 훈련을 나간 기병대장 징크스가 나팔소리 때문에 병이나고, 말에 오르려는데 모자가 발판에 떨어지는 등 불길한 일들이 계속 생긴다는 가사 때문에 '징크스'라는 단어가 생겨났다는 설명이다.

▷영화계 징크스

영화계에서는 '베스트셀러는 믿지 말라'는 징크스가 있다. 1970~80년대 영화 시나리오의 젖줄 역할을 해 왔던 베스트셀러였지만, 90년대 이후에는 영화화 되는 소설마다 흥행참패를 면치 못했던 것. 김정현의 '아버지', 공지영의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김진명의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신경숙의 '깊은 슬픔' 등 영화로 옮겨진 소설들은 서점가의 열풍에 비해 영화 흥행에서는 그다지 좋은 결과를 내지 못했다. '퇴마록'의 경우에는 흥행에는 적당히 성공했지만 팬들의 실망은 컸다. 원작의 재미를 스크린으로 제대로 옮겨놓지 못했다는 비난이 쏟아졌던 것.

여름철만 되면 등장하는 공포영화에도 흥행 공식이 있다. 재미나 완성도를 떠나 무조건 첫 번째 개봉하는 공포영화가 흥행에 성공한다는 징크스다. 그래서 올 첫 공포영화의 포문을 열 '전설의 고향'은 지난해 여름 개봉을 목표로 완성됐지만 1년을 기다려 올해 개봉했다.

톱스타의 이름값이 맥을 못추는 곳도 바로 영화판이다. 이정재는 '태풍'에서 최지우는 '연리지'에서 흥행 실패의 쓴 맛을 톡톡히 봤고, 김태희가 처음 도전한 영화 '중천' 역시 초라한 성적만을 손에 쥔 채 곧바로 막을 내렸다. 문근영은 '사랑따윈 필요없어'로 호된 성인 신고식을 치뤘고, 2006년 '야수'에 올인했던 권상우 역시 참담한 성적을 맛봐야 했다.

▷징크스, 어떻게 좀 해봐

스포츠계는 각종 징크스가 쏟아지는 곳이다. 선수나 팀들이 징크스에 발목잡혀 스스로를 옭아매기도 하지만, 언론들이 쏟아내는 징크스 분석이 심리적 부담감을 더 크게 만드는 경우도 있다.

모 스포츠지에서는 지난 아시안컵 바레인전 축구 경기의 패배 원인에 대해 '트리플 징크스'라는 분석을 내놨다. 한국은 큰 대회에서 번번이 중동의 벽에 막혔다는 '중동 징크스', 자카르타에서 경기를 치르면 성적이 좋지 않다는 '자카르타 징크스', 아시안컵에서는 유독 시련의 연속이라는 '아시안컵 징스크'가 바로 그것이다.

야구팀 삼성의 투수 권혁은 '두산 징크스'를 가지고 있었다. 두산팀만 만나면 유난히 경기가 풀리지 않는다고 스스로 털어놓았을 정도. 하지만 징크스는 깨지게 마련이다. 권혁은 지난 달 말부터 두산 징크스를 털어내며 본래의 컨디션을 회복했다.

일본에서 활약중인 이승엽 선수에게도 특이한 징크스가 있다. 홈런을 쳤을 때 입었던 유니폼을 밤 사이에 빨아 말려 이튿날 그대로 입고 나간다고.

▷이렇게 해야 맘이 편해

영화배우 이성재는 영화의 성공을 기원하는 고사돈으로 꼭 만 원 짜리 한 장만을 내 놓는 버릇이 있다. 이는 주연배우 급인 그의 무게에 비춰봤을 때 다소 의외의 금액. 하지만 그는 굳이 만 원을 고집한다. 지난 7년 동안 출연한 작품들 중 고사돈으로 만원을 낸 작품들만이 성공했다는 것이 그의 변명이다. 그는 올 추석시즌을 겨냥한 '두사부일체3-상사부일체' 고사에도 만 원만 내놓았다.

최고의 진행자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남희석도 방송 징크스를 가지고 있다. 녹차캔을 배부르게 마셔야 마음을 가라앉히고 녹화에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 바로 그의 징크스. 그래서 그가 방송 전과 쉬는 시간에 마시는 녹차캔이 보통 10여개에 달한다고.

이휘재는 녹화나 생방송 전에 절대로 머리카락이나 손톱을 자르지 않기로 유명하다. 바쁜 스케줄 때문에 머리가 덥수룩하거나 손톱이 지저분해 보이더라도 고집을 꺽지 않는다. 고교시절 시험을 앞두고 머리카락이나 손톱을 자르면 운이 좋지 않다는 설을 믿었던 것이 습관이 방송생활에도 그대로 남아있는 것이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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