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증시가 24일 오전 장중에 '꿈의 지수'라 여겨지던 코스피 2,000 고지를 마침내 디뎠다.
증시 전문가들은 '저축의 시대'에서 '투자의 시대'로 옮겨가는 경제 패러다임의 변화가 본격화했으며, 우리 경제가 금융을 기반으로 하는 선진 경제로 도약하는 전환점을 맞이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투자의 시대
월급날이 되면 저금통장을 들고 동네 은행으로 직행하던 시절이 있었다. 꼬박꼬박 원금을 붓고, 몇 %씩 이자가 불어가는 통장을 보며 즐거워했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흔히 벌어지던 풍경이었다.
하지만 2007년 여름, 대한민국이 새로운 변화를 맞았다. 저금리상황이 지속되면서 5천 만 국민 가운데 상당수가 펀드라는 개념의 투자상품에 눈을 떴고, 이 엄청난 자금의 힘이 지수 2,000시대 개막의 밑거름이 된 것이다.
지난 13일 이후 23일까지 6거래일 동안 외국인들은 2조 1천억 원대 순매도를 기록했지만 코스피지수는 이 기간 83.30포인트(4.36%)나 올랐다. 쏟아져 들어오는 펀드 자금을 기반으로 한 기관은 이 기간 중 '사자'에 나섰으며 지수 상승을 견인했다.
대구경북지역 금융시장 점유율 1위인 대구은행에는 이달 들어 하루 100억 원씩 펀드 자금이 들어오고 있다. 이 가운데 70억 원가량이 국내 증시에 투자하는 주식형 펀드.
대구은행에는 이달 20일 현재 32만 8천288개의 주식형 펀드 계좌에 1조 429억 원이 들어와 있다. 지난해 1월(4천786억 원)과 비교할 때 1년 6개월 만에 수탁 잔고가 2배 이상 불었다.
양인식 대구은행 제휴사업부 부부장은 "펀드에 투자하는 사람들은 1인당 평균 1.98개의 계좌를 갖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주식형 펀드 가입자의 90%가 과거 꼬박꼬박 저축을 하듯, 매월 조금씩 불입하는 적립식 펀드에 들고 있으며 은행을 이용하는 사람들도 이제 펀드의 마력에 완전히 눈을 떴다."고 말했다.
대구은행 집계결과, 이달 현재 국내 주식형 펀드 가입자들이 적게는 30%, 많게는 60%의 수익을 내고 있으며 때문에 주식형 펀드 투자자들이 급증하고 있다.
전국적으로는 펀드 설정액이 70조 원을 넘어섰다.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주식형 펀드 설정액이 지난 20일 현재 70조 3천140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 2004년 말 8조 5천억 원 수준이던 주식형 펀드는 2005년 말 26조 원, 2006년 말 46조 원으로 꾸준히 늘었으며 지난달 19일 60조 원을 돌파한 지 한달 만에 무려 10조 원이 늘었다.
류창곤 굿모닝신한증권 대구지점장은 "장중 2,000을 쏘아올린 24일은 우리 경제가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개인들에게는 투자의 시대가 열린 것은 물론, 기업들도 이제 과거처럼 무모한 설비투자로는 안 된다는 것을 깨우쳐야 하며 철저한 이익 위주 경영, 주주 우선주의 경영이 본격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의 추이
과열 우려가 끊임없이 흘러나왔지만 지수는 폭등세를 보여왔다. 증시 전문가들은 조정 가능성이 있지만 깊은 조정이 나타나지는 않을 것이라는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김병영(현대증권 대구경북본부장) 이사는 "주식형 펀드 등의 탄탄한 수급을 바탕으로 코스피지수는 2,100까지 무난하게 상승할 것"이라며 "더욱이 글로벌시장까지 뜨겁에 달아 있어 상승 기조는 더욱 바람을 탈 전망"이라고 했다.
김 이사는 저평가된 은행과 증권주가 현 장세를 주도할 것이며 IT는 하반기를 겨냥, 저가매수하면 하반기 이후 이익을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의환 우리투자증권 대구 범어지점장은 "기관이 풍부한 펀드자금을 바탕으로 계속 사들이는 장세여서 장기적으로 지수 상승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며 "전세계의 유동성이 폭발 상태여서 글로벌 시장의 뒷받침도 우리 증시의 상승에 한몫하고 있다."고 했다.
박 지점장 역시 은행주를 주목할 것을 주문했다.
박 지점장은 그러나 "일본이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있어 만약 일본 금리 상승이 실현된다면 큰 조정이 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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