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아파트 위탁관리 '잡음 무성'

동대표 돈 건네다 발각…주민공청회 없이 업체 선정 말썽도

아파트 위탁관리를 둘러싸고 말썽이 잇따르고 있다. 위탁업체로 선정되기 위해 동대표에 뇌물을 건네거나 위탁관리 전환과 관리회사 선정 과정에서 온갖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는 것.

지난 4개월간 대구 달서구 A아파트를 관리했던 B위탁관리회사는 다음달에 쫓겨날지도 모를 형편이 됐다. 직원이 한 동대표에게 건넨 돈 봉투가 문제였다. 위탁관리 방식을 의결하는 입주자대표회의에 영향을 미치려 했던 것. 그러나 돈봉투를 받은 A아파트 동대표는 봉투 그대로 입주자대표회의에 가져가 그 자리에서 개봉했고, 결국 자치관리 의결로 이어져 '역효과'가 났다. 현재 이곳은 자치관리 찬반 여부를 묻는 주민 투표가 한창이다.

입주자대표회의는 B사의 관리 내용에 대해서도 세부 감사를 벌이고 있다. 한 동대표는 "경비, 광고물 등 각종 용역계약에서 다른 아파트보다 비싼 단가를 적용해 계약 기간을 늘리고 아파트 비품 구입비도 과도하게 집행한 정황이 드러났다."며 "주민 공동 재산으로 지출되는 돈인 만큼 위탁관리회사에 환수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위탁관리 의결 후 위탁관리회사 선정 과정에서도 내부 불만이 만만찮다. 수성구 C아파트 주민들도 최근 "입주자대표회의가 위탁관리를 의결한 절차에 문제가 있다."며 "위탁관리 의결을 무효처리해 달라."는 민원을 수성구청에 넣었다. 수성구청은 "주택법에 따라 입주자대표회의 구성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위탁관리를 의결해야 하지만 과반수를 넘기지 않고 위탁관리를 의결했다는 내용"이라며 "정확한 사실 관계를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 주민은 "입주자대표회의가 동대표 설명회만 열고 주민 공청회를 거치지 않았다."며 "아파트 공동 재산을 관리하는 중요한 일을 이렇게 대충 처리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이곳 입주자대표회의 관계자는 "주민 찬반 동의 과정에서 과반수를 넘겼고 안내방송까지 해 절차상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아파트 시민단체들은 위탁관리 회사 선정에 최대한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A아파트처럼 동대표 로비로 선정되거나 철저한 검증 절차를 거치지 않아 용역업체 계약이나 하자소송에 문제가 생기고, 결국 주민 피해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신기락 아파트사랑 시민연대 사무처장은 "동대표가 의결하면 주민들은 그냥 따라가는 일이 많지만, 입주자대표회의는 자산 규모나 시장 점유율만 따질 게 아니라 공청회를 통한 위탁관리회사 정보 공개와 주민 여론을 충분히 수렴해야 한다."며 "아파트 주민들이 위탁관리회사들의 잘못된 로비를 신고해 오면 검찰에 고발해 위탁관리문화를 개선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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