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교단에서)끝까지 꾸준한 자가 웃는다

'공부를 놓는다.'란 방학이 언제부터인가 학생들에겐 가장 바쁜 시간이 되어 버렸다. 특히 여름방학은 위기의 시간인 동시에 기회의 시간이다. 무더운 날씨라 물놀이를 비롯한 각종 유혹, 더위로 인한 짜증, 그리고 열심히 해도 오르지 않는 성적에 대한 회의감. 이런 여러 가지가 고3 수험생들을 지치고 힘들게 만든다.

담임으로서 우리 반 고3 수험생들에게 크게 두 가지를 당부했다. 우선 하나는 '끝까지 꾸준한 자가 웃는다.'며 방학 전 공부 패턴을 유지하라는 것이다. 수험생들에게는 하루하루가 소중하다. 자칫 방학이라고 해서 생활이 흐트러질 수 있는데, 기본적 생체리듬이 깨져서 하루를 망치면 방학 전체는 물론 2학기 전체를 망쳐 수능을 망칠 수 있다. 불규칙적인 생활은 자신의 육체적 건강은 물론 정신적 건강도 위협할 수 있기에 학교 보충수업 참가를 통해 오전은 수업, 오후엔 자습의 패턴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음은 '자기 주변 관리를 잘 하라.'는 것이다. 성적이 갑자기 떨어지는 학생을 보면 크게 세 가지 원인이 있는데, 친구·가족·건강 문제이다. 먼저 이성에 대한 호기심은 그 나이로서는 자연스럽고 건강한 현상이지만 시험을 앞둔 수험생에게는 독이 되는 경우가 많다. 동성의 친구관계도 학교생활에 큰 영향을 준다. 둘째는 가족 문제로 가정의 경제적 여건의 악화, 또는 부모의 불화는 공부에 집중할 수 없게 한다. 가정에서 안정을 얻지 못하고, 가족의 격려를 받지 못한다면 그 학생이 공부를 잘할 수 없다. 셋째는 자신의 건강이 나빠진 경우다. 갑상선 기능 이상이나 간염 등 쉽게 발견되지 않는 병은 단순히 체력이 약해진 줄로만 알고 보약이나 보양식으로 대처하다가 병이 깊어질 수도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육체적 건강뿐만 아니라 정신적 건강도 중요하다. 컴퓨터 게임이나 채팅, 음란 사이트에 대한 지나친 탐닉이다.

수능 100일 전(8월 7일)이 방학 중에 있고, 평가원 수능 모의평가가 2학기 개학 직후(9월 6일)에 있다. 방학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대학입시의 결과가 확 달라질 수 있다. 노력에 따라 수능 점수가 몇 십 점 오르기도 하지만 반대로 계획 없이 보내면 평소 실력을 밑도는 점수가 나올 수도 있다.

공부는 강물을 거슬러 올라가는 배와 같다. 전국의 모든 수험생들은 자신의 배를 타고 노를 저어 강 상류에 있는 목표지점에 가기 위한 경쟁을 하고 있다. 스스로의 힘으로 쉬지 않고 노를 저어 극상위권 대학의 원하는 과에 들어갈 수 있는 학생은 전국의 0.1%에 지나지 않는다. 대부분의 학생은 열심히 노를 젓고 있어도 제자리에 머물거나, 아니면 목표지점과는 동떨어진 하류로 떠내려가고 만다. 그렇지만 지금과 같은 등급제 수능시험은 열심히 노를 젓지만 제자리밖에 지킬 수 없는 학생에게는 크게 유리할 수도 있는 시험제도다. 왜냐하면 자신의 앞에서 가고 있던 학생들이 지치면 자연히 자신은 앞으로 나가며 등급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수능 때까지 꾸준하고 성실한 학생이 합격의 영광을 얻는다.

손삼호(포항제철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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