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이언스 레터)열대야 현상

요즘 들어 한밤의 더위 때문에 잠을 설치다가 피곤한 아침을 맞이하는 날이 많아지고 있다. 장마가 끝나고 여름의 무더위와 함께 열대야도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열대야란 말은 낮 최고 기온이 30℃ 이상으로 오른 한여름의 날씨를 '열대의 낮'이라 부르는 것에 비유하여 밤 최저 기온이 25℃ 이상인 날씨를 의미한다.

사람이 잠을 잘 때 가장 적당한 온도가 20℃ 정도라고 하는데 최저 기온이 25℃ 이상이라고 한다면 수면 중에도 체온을 조절하기 위해 중추신경이 깨어 있어야 하므로 잠을 제대로 잘 수 없게 된다. 결국 생체리듬이 어긋나고 잠을 자도 온몸이 무겁거나 하루 종일 꾸벅꾸벅 졸게 된다.

열대야 현상이 일어나는 원인은 공기 중의 수증기 때문이다. 물이나 이산화탄소 같은 분자성 물질은 분자와 분자 사이에 분산력, 쌍극자 힘, 수소결합 등의 분자 간 인력이 존재한다. 물의 경우 물 분자 사이에 수소결합이라고 하는 분자 간 힘 중 가장 큰 인력이 작용하고 있다. 어떤 물질에 열을 가하면 열에 의한 분자운동이 활발해져 온도가 올라가는데 물은 열을 가해도 강한 분자 간 인력 즉 수소결합 때문에 쉽사리 분자 운동이 활발해지지 않으므로 온도 변화가 작고 비열이 크게 나타난다.

예를 들어 지중해성 기후에서 여름과 겨울의 기온차가 크지 않은 이유는 지중해 연안의 공기가 비열이 큰 수증기를 많이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반대로 건조한 사막에서는 낮 동안 아무리 더워도 밤이 되면 서늘한 느낌을 받는데 공기 중의 수증기량이 적기 때문에 기온차가 크게 나타나는 것이다.

여름이 되면 우리나라는 북태평양 고기압의 영향을 받는데 북태평양 고기압은 해양에서 발달한 고온 다습한 공기 덩어리이다. 즉 수증기를 많이 포함하고 있는데 이들 수증기로 인해 비열이 커서 낮 동안 태양 복사에너지에 의해 뜨거워진 대기는 밤이 되어도 온도가 쉽게 내려가지 않는다. 그 결과 지표면의 온도보다 대기 온도가 더 높아서 지표의 열이 대기 중으로 발산하지 못하게 되어 지표면 부근에 쌓이므로 밤이 되어도 25℃ 이상의 고온현상이 지속되는 것이다.

특히 도시지역은 낮 동안 많은 열을 흡수하여 가열된 콘크리트 빌딩과 아스팔트 도로 등의 구조물들이 계속 열을 방출하면서 대기의 온도를 더욱 높게 만들어 지표면의 열 방출을 방해한다. 이 때문에 도시지역은 교외지역보다 온도가 높게 나타나는 '열섬 현상'이 일어나고 도시의 열섬현상으로 인해 시골보다 대도시에 열대야가 많이 나타난다.

차정록(차선생 과학아카데미 원장)

▶ 심층 면접 관련 질문

1. 수소결합으로 인해 나타나는 물의 특성을 말해보라.

2. 물이 수소결합을 가지는 원인을 원자의 종류와 분자 구조적 측면에서 서술해보라.

3. 얼음과 물의 온도에 따른 밀도 그림을 개략적으로 그리고 이를 설명해보라.

▶열섬(heat island)

산업화와 도시화로 인공 구조물이 늘어나고 대기오염이 심해진 도시 지역의 기온이 주변 지역보다 높아지는 현상. 도시 상공에 온도가 같은 지점을 연결한 등온선을 그어 보면 중심지가 가장 높은 섬의 등고선과 비슷한 모양을 띠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열섬의 발생 원인은 공장 굴뚝, 자동차 배기가스 등 도시의 각종 인공 열과 대기 오염이 첫째로 꼽힌다. 빛을 흡수해 열로 내보내는 아스팔트와 콘크리트 시설물 증가 및 그에 따른 녹지 면적 감소도 원인이 된다. 도심지 중에서도 숲이나 녹지가 발달한 곳은 다른 곳보다 기온이 낮은 현상을 보이는데 이를 냉섬(cool island)이라 부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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