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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풍] 神이 버린 땅, 아프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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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살다 보면 우연찮게 남의 일에 휘말려 욕을 보는 수가 있다. 그것은 개인 의지와 상관없이 일어나는, 인생살이의 피할 수 없는 함정이다. 그러나 그 곤경이 미리 예고됐던 것이라면 문제가 달라진다. 우리가 너무나 소홀히, 우습게, 안이하게 세상을 산 데 대해 톡톡히 대가를 치러야 한다.

아프가니스탄은 신이 버린 땅이다. 아리아나(고대), 코라산(중세)이라 불렸던 이 땅의 자연자원이라곤 약간의 천연가스뿐이다. 국토의 75%가 산악지방이고, 농업이 가능한 토지는 7%에 불과하다. 그러나 동서양의 중간 통로라는 지리적 위치 때문에 수없는 외침을 겪어야 했다. 다리우스, 알렉산더, 아랍, 칭기즈칸, 무굴, 페르시아, 영국, 러시아, 소련 등 역사적 강대국들이 잇따라 이 땅을 짓밟았다. 아프간인들이 외부 세계로부터 배운 것이라곤 '폭력'뿐이다. 그러나 그들은 모든 침략군들에게 참담한 패배를 안겨줬다. 아프간은 그래서 '침략군의 무덤'으로 불린다. 땅이 그만큼 험하고 몹쓸 곳이라는 의미로 해석돼야 한다.

아프간인들은 아직도 부족적 정체성을 우선한다. 250여 년 전 이란에서 분리 독립했지만 국민으로서의 정체성이 희박하다. 침략군과의 전쟁도 서로 동떨어진 협곡 단위, 부족 단위로 이뤄졌다. 파슈툰, 타지크, 하자레, 우즈베크 부족이 나름의 강한 개별성을 지닌다. 침략군들과도 싸웠지만 종교, 국제 정세, 국내 상황에 따라 부족끼리도, 부족 내부에서도 싸웠다. 1980년 이후만 하더라도 14년간의 내전, 2001년 뉴욕 테러범 오사마 빈 라덴 신병 인도 거부에 따른 미국과의 전쟁, 그 후에는 탈레반'무장군벌'정부군의 틈새에서 가혹한 폭력을 견디고 있다.

아프간인들의 원초적 불행은 생계를 기댈 언덕이 없다는 사실이다. "가장 잘사는 아프간인이 가장 못사는 이란인보다 못하다"는 자조가 나오는 배경이다. 원유가 산출됐다면 아프간의 불행은 오래전에 해소됐을지 모른다. 그러나 자원, 노동력 그 어느 것으로부터도 세계의 주목을 받지 못한 이 땅은 죽어가는 노인처럼 모두의 짐이 됐을 뿐이다. 농업, 목축 등의 취약한 경제 기반은 많은 사람들에게 아편 재배에 생존을 걸도록 만들었다. 국민총생산(?)의 절반 이상이 여기서 나온다. 선택 가능한 남은 직업은 하나뿐이다. 정부군'무장군벌'탈레반의 전쟁 일꾼이 되는 것이다. 생존을 위해 전쟁업 말고 달리 종사할 일이 없다는 말이다.

우리의 젊은이들은 이런 땅에 휩쓸려 들어갔다. 뜻은 아름다웠지만 아프간 땅의 절망과 저주를 보지는 못했다. 평균수명 40여 세의 의미가 단순히 기아, 질 낮은 보건 의료 수준 때문만이 아니라는 것을 새겨보아야 했다. 구도자(탈레반)들은 아직도 여성의 모든 신체 노출과 교육, 참정권을 인정하지 않고, 수염 깎은 남자를 제재한다. 공포의 율법정치가 당연시되는 나라에 대해 우리는 너무 천진난만하게 뛰어든 것 같다.

탈레반의 납치 행각은 '평화의 종교' 이슬람의 종교법률(샤리아)에 위배되는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그것이 우리 스스로를 보호하는 일에 소홀해도 된다는 말은 아니다. 사람의 도리를 가르치는 종교와 법은 이 땅에서 제한적으로만 유효하다. 문명도, 문화도 없이 폭력의 일상 속에서 하루하루 생존만을 다투는 사람들에겐 감정의 사치일 수 있다. 그들의 시선은 외국인의 봉사와 희생마저도 냉혹하게 볼 만큼 뒤틀려 있다.

작년 우리 국민들의 해외여행은 1천160만 명에 이른다. 국민 4분의 1이 해외를 다녀온 셈이다. 그러나 의식의 세계화가 뒤따라주지 못하고 있다. 지구촌 구석구석을 누비는 '알아주는' 세계인이 됐으면서도 외국의 문화, 정서가 어떠하다는 것은 눈감고 살아왔다. 이번 인질사태는 그런 인식이 만들어낸 한 단면이다.

지금의 얼굴 없는 반미주의 전쟁은 국적을 불문한다. 얼굴이 노랗다고 테러나 납치가 비켜가지 않는다. 정부는 이런 불안정 상태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밑그림을 새로 그려야 한다. 지난 2월 납치 정보를 받고도 방관한 것과 같은 안이함이 반복돼서는 곤란하다. 국제테러감시기구 정회원 자격 획득도 서둘러야 한다. 국민들 역시 스스로 자기보호 의무를 짊어진다는 각성이 필요하다. 지금의 국제 갈등은 우리가 생각하는 강 건너 불이 아니라는 게 분명해졌다.

朴珍鎔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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