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지역의 전통적인 산업이 쇠퇴하고 경쟁력을 상실해간다면 어떤 식으로든 새로운 처방을 통해 '다시 살아나기'를 시도해야 한다는 것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만약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에게 지역혁신에 대해 논하라면 대개 문화예술과 경제의 상생을 이야기 할 것이다.
영국의 쉐필드 시는 공업이 쇠퇴한 후 도시자체를 문화산업특구로 만들어 그야말로 성공적인 '살아나기'를 한 좋은 예로 꼽힌다. 쉐필드 시가 사업추진의 중심축이 되어 도시를 문화산업의 '큰 시장'으로 발전시킨 것이다.
대구는 문화적으로 우수한 인적자원을 가진 도시다. 문학·음악·연극·미술 등 어느 분야든지 다 그렇다. 특히 한국전쟁 당시, 키네마극장(지금의 한일극장)을 구심점으로 전국의 영화인들이 모여 종군영화 등 많은 영화를 제작했던 생생한 '영화역사'를 지닌 도시다. 그렇다면 대구에서 '영화제작 환경'을 만들어 보자는 것이 그냥 '꿈'일 뿐인가?
지역의 영화 환경 구축은 한 두 편의 상업영화 제작으로는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인적·물리적 인프라를 마련함과 동시에 세계적으로도 손색이 없을 콘텐츠의 '우수성'과 산업적 타당성의 확보가 관건이다. 그것은 영화 뿐 만 아니라 모든 문화콘텐츠 개발에 있어서 가장 우선시 되어야 할 부분이지만 '지역적인 것'의 우물에 갇혀 트랜드의 흐름이나 퀄리티의 중요성을 간과하는 경우를 가끔 보게 된다. '지역적인 것'이 모티브가 되고 소재가 될 수는 있지만 그 자체가 해답이 될 수는 없다.
최근 심형래 감독의 영화 '디워'에 관한 열띤 공방은 그 자체가 사실 소모적인 논란일 뿐이다. 영화는 예술인 동시에 산업이기 때문이다. '디워'의 이야기 구조가 허술하다는 것은 예술성의 결여에 관한 지적일 것이고 헐리우드에서의 대규모 개봉과 연일 국내 관람객 수가 늘어나는 것은 산업적 측면의 성공을 말한다. 심 감독은 '충무로'가 자신에게 맞지 않은 몇 가지 이유로 미국으로 건너가 '디워'를 제작했다. 환경을 스스로 개척한 것이다.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왜 굳이 이 지역에서 영화를 하려고 하느냐는 질문을 자주 한다. 그 것은 "당신은 왜 대구에 살고 있느냐?"라는 질문과 같다. 어디에 살든 그것이 자유이듯, 내가 이 지역에서 영화를 만들겠다는 것 또한 내 자유이다. 환경의 열악함에 대한 걱정의 마음임을 잘 안다. 그렇다면 나는 현대그룹의 고 정주영 회장의 말을 인용하고 싶다. "해 보기는 해 봤느냐?"라고 말이다.
전소연(영화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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