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 대구시의 황당한 답변

본지는 업무상 횡령, 배임 혐의로 징역 8개월을 구형받은 대구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 이사장의 '옥중결재', 조합의 법이라고 할 수 있는 정관절차를 전혀 거치지 않은 이사장 직무대행 선출 등 조합의 파행 운영과 관련해 대구시가 나서서 사태를 해결하고 해법을 제시하라고 촉구한 바 있다.(12, 13, 14일 보도)

이와 관련, 14일 오후 대구시의 택시운영 담당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요지인즉 "기사를 쓰는 것은 좋은데 도대체 대구시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좀 알려주면 안 되겠느냐."는 것이었다. 그는 이어 "개인택시기사들이 14일부터 '대구시장 퇴진 거리시위'를 한다며 500여 명이 참가한다고 경찰에 집회 신고를 해놓았는데 정작 당일인 14일에는 고작 8명밖에 오지 않았다."며 "이처럼 조합 운영에 '딴지'를 거는 것은 아주 소수인데 언론에서 너무 확대하는 것 아니냐."며 불만을 털어놓기도 했다. 결론은 '대구시는 어쩔 도리가 없다.'는 것이었다.

이에 기자는 세 가지를 말씀드렸다. 1983년 설립한 개인택시조합의 이사장 5명 중 4명이 업무상 횡령, 배임 등의 혐의로 모두 구속됐다면 택시조합은 '복마전'이라 불러도 무방할 정도로 비리의 온상이며, 이렇게 파행 운영이 계속되는 이유는 구조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볼 수 있으니 한번 제대로 조사해 보라고 했다. 또 '정관 승인권한'을 가진 대구시가 지난 2000년 '임원 및 대의원이 조합업무와 관련해 업무상 배임 등 범죄 행위로 형의 선고를 받으면 자격 제한' 규정을 삭제한 것을 수수방관한 책임이 있는 만큼 불합리한 정관 규정을 고치는 방안도 적극 고려해 볼 것을 건의했다. 그리고 조합의 감독권을 가진 대구시가 조합 파행 운영에 대해 '최소한의 고민'이라도 하고 기자에게 해법을 물을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이어진 담당 공무원의 답변에 말문이 막혔다. 그는 "조합 이사장이 횡령 등으로 구속되면 벌을 받고 있는 것인데 또 대구시가 나서서 어떤 일을 할 수 있느냐."며 "정관 개정, 임원 개선, 조합 해산 등의 명령은 충분한 사유가 있어야 하는데 대구시로서는 아직 충분한 사유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대구시에 묻는다. 1만 명 조합원 중 8명만 시위에 참가한 것은 조합 운영에 불만이 없어서라기보다는 먹고살기 바쁜 택시기사들의 배고픈 현실 때문일 것이다. 이사장 5명 중 4명이 범죄행위로 구속됐다면 벌을 받고 있더라도 이런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감독권을 행사해야 한다. 1년 동안 조합원으로부터 받은 조합비 10억여 원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쓰이는지 조합원들은 모른다고 한다. 대구시의 고민을 기대해 본다.

서상현기자 ss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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