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정국의 와중에 세상을 시끄럽게 하고 있는 삼성비자금 의혹을 수사할 '삼성비자금특별수사본부장'으로 임명된 박한철 울산지검장.
그는 평소 선물을 잘하기로 소문난 사람이었다. 검사라면 일반적으로 선물을 주기보다는 받는 일이 더 많은 직업이다. 하지만 박 본부장은 선물을 잘 하기로 알려져있다. 박 본부장의 선물은 마음을 담은 시(詩)다. '4월은 가장 잔인한 달 /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 기억과 욕망을 뒤섞으며 / 봄비가 잠든 뿌리를 뒤흔든다'(T.S 엘리엇의 황무지). 지난 4월 울산지검에 부임하자마자 T.S 엘리엇의 시를 몇몇 직원들에게 보냈다.
그후 그는 기회있을 때마다 내부통신망이나 쪽지로 직원들에게 시를 선물해왔다. 떡값 논란을 파헤쳐야 할 검사가 보냈던 한편의 시 선물. 어울리지 않을듯한 조합이지만 삭막해 보이는 검찰청에서 받는 한 편의 시는 참 좋은 느낌을 준다.
정성을 담아 보낸 선물은 받는 사람의 마음을 감동시킨다. 그러나 으레 보내는 혹은 낯 설거나 잘 모르는 사람이 보내온 선물은 부담스럽거나 마음을 다치게 하기도 한다.
선물은 예의를 갖춰서 보내는 정성이라는 뜻이다. 당신은 가슴에 남는 감동적인 선물을 받은 기억이 있는가. 혹은 사랑하는 사람이 가슴 뭉클해질 정도의 선물을 한 적이 있는가. 이런 선물이라면 주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 모두가 즐거울 듯하다.
#1
이영애와 이정재가 주연한 영화 '선물'에서 시한부 삶을 사는 박정연(이영애 분)은 죽기 직전, 남편 정용기(이정재 분)에게 낯익은 사진 한 장을 건넨다. 초등학교 시절에 찍은 낯익은 사진 한 장에는 그가 있었다. 그녀에게 그는 첫 사랑이자 마지막 사랑이었다. 그 사진은 '세상이 그에게 준 가장 아름다운 선물'이었다.
#2
40대의 공무원인 ㄴ씨. 얼마 전 밸런타인데이 때 뜻밖의 소포를 받았다. 발신인이 적혀있지 않은 소포안에는 상자가득 초콜릿이 들어있었다. 뒤늦게 첫사랑 연인이 보냈다는 걸 알았다. 10여 년 전에 헤어졌던 그녀가 인터넷 등을 찾아 수소문한 끝에 그가 근무하는 직장을 알고 불현듯 초콜릿선물을 보낸 것이다. 그는 "깜짝 놀랐지만 특별한 기억이었다. 발신인이 없어 연락은 못했지만 아련히 옛사랑의 기억을 떠올렸다."고 했다.
#3
교사생활 20년째인 ㅇ씨. 그녀는 초임시절 한 학부모로부터 돗자리를 선물 받은 것이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비가 억수같이 내리던 어느 여름날이었다. 한 학부모가 비를 흠뻑 맞으면서도 돗자리를 어깨에 메고 학교에 와서는 선물로 불쑥 내밀었다. 빗속을 뚫고 힘들게 가져 온 돗자리를 그 자리에서 받지않겠다고 외면할 수가 없었다. 지금 생각해도 가슴이 뿌듯해지는 선물이었다. 그 밖에도 손수 담근 김치나 밑반찬을 가져다줄 경우 냉정하게 거절하기가 참 곤란하다. 돈으로 바꿀 수 없는 정성이 가득 담겨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교사는 전에 근무하던 학교의 한 학부모가 보낸 꽃바구니를 최고의 선물로 꼽았다. 꽃바구니에는 '너희들은 세상에서 가장 좋은 선생님을 만났다. …"며 현재의 학급 아이들에게 보내는 편지도 들어있었다.
#4
간부급 공무원인 ㅇ씨. 추석과 설 등 명절 때와 인사철에 선물이 집중된다. 공직사회에서는 '선물안주고 안받기운동'이 벌어지고 있을 정도로 떡값과 선물논란에 민감하지만 간단한 인사치레성 선물은 어쩔 수 없이 받게 되는 경우가 적지않다고 털어놓는다.
그래서 아내에게 부탁을 해놓는다. 부담없는 간단한 선물이라도 집에서 받게 되면 보낸 사람의 명함을 떼버리라고 당부해 뒀다. 누가 보냈는지 아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 있기 때문이다.
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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