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인터뷰)대구지법 모의재판 배심원 참여 하도홍씨

"사법부, 서민에 귀 기울이는 변화 느껴"

"막상 배심원으로 재판에 참여해 보니까 생각보다 떨리고 어려웠습니다. 무식하다는 소릴 들을까봐 조마조마 하기도 했고요."

올해부터 실시되는 국민 참여재판을 앞두고 지난해 대구지법이 실시한 모의재판에서 배심원으로서 재판에 참여했던 하도홍(47·학원강사) 씨. 그의 재판 참여 경험은 남달랐다. 배심원으로 참여해달라는 법원 통보를 받고 '호기심'으로 참가를 결정했으나 잘해낼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다고 한다.

"몇 년 전 개인적 송사로 여러 차례 재판을 받았다."는 하 씨는 당시 서류중심의 진행에다 진술기회조차 주지 않는 재판진행에 염증이 생길 정도였다고 했다.

그러나 배심원자격으로 재판에 직접 참가하면서부터 이러한 불신을 벗어 던질 수 있었다. "그동안 직업 법관들이 사회의 다양한 현실과 건전한 상식에 어긋나는 판결을 내린 경우가 적지않아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팽배해 왔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배심원제의 도입으로 사법시험에 합격한 사람들만 발언권을 갖던 법정 안에서 보통사람들의 목소리와 국민적 상식들이 반영되는 계기가 마련된 셈입니다."

실제 하 씨는 배심원 재판 중 판사나 검사, 변호사도 배심원의 표정 하나하나에 주목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고 국민의 목소리에 귀기울이는 등 변화하는 사법부의 일면을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다만 온정주의, 지연, 학연 등 한국사회의 특수성이 배심원 재판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모의 재판에서 다룬 사건이 실형을 선고받은 실제 사건이었음에도 배심원 판결에서는 집행유예 결정이 나왔다."며 "변호인의 화술이나 배심원들의 온정주의 탓에 실체적 진실을 밝혀야 할 재판이 진실을 밝히기는커녕 단순한 '쇼'로 전락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우려했다.

따라서 배심원들의 적극성과 진실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하 씨는 그러나 "배심원들이 일생에 한두 번 재판에 참여하게 된다는 점에서 항상 신참인 만큼 타성에 빠지지 않고 신선한 긴장감으로 양심에 따라 재판할 것으로 믿는다."고 기대했다.

하 씨는 또 "사전 준비 없이 재판에 참가하려니 사건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고 사건이나 증거물에 대한 요약·정리본이나 법률지식에 대한 안내서 등이 있었다면 보다 좋은 결정을 내릴 수 있었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표시했다.

하 씨는 "배심원제 참여를 통해 국민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만 있다면 국민참여재판이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게 됐다."며 배심원제도의 정착을 위해 시민들이 관심을 가져 줄 것을 당부했다.

최창희기자 cch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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