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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터민 5인의 새해 설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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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 걸고 내려 왔는데 무슨 일은 못하겠습니까

"지난달에는 정말 기분 좋았어요."

정현우(가명·52·여) 씨는 대통령선거일인 지난 12월 19일만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이 설렌다. "최고 권력자를 내손으로 선택할 수 있다는 게 신기했어요. 이게 '국민 주권주의구나'하고 감탄했어요." 김현미(가명·40·여) 씨에게도 지난해 12월은 잊지 못할 달로 기억된다. 그는 "주민등록증을 지난달 발급받고 그곳에 새겨진 사진과 이름을 들여다보느라 뜬 눈으로 밤을 새웠다."고 했다.

대수롭지 않은 일들이 이들에게 특별해 보이는 이유는 뭘까? 이들은 두음법칙과 관계없이, 앞말의 'ㄹ'을 정확히 발음하는 새터민이기 때문이다.

14일 대구에서 만난 5명의 새터민들은 희망차 보였다. 깡마른 체구와 얼굴들이었지만 자신감이 넘쳐났다.

"목숨걸고 넘어왔는데 뭐든지 잘 해 낼 자신이 있습니다." 지난해 8월 한국에 왔다는 이영희(가명·30·여) 씨는 "북한에서 일주일간 굶어봤다. 죽기살기로 공부해 전문대 안경공학과에 입학하겠다."고 했다.

김선옥(가명·33·여) 씨도 강행군 중이다. "기술 없이는 남한 사람도 직업 구하기가 힘들다던데…. 90년대 고난의 행군 시기에 산과 들로 식량을 구하러 다니는 바람에 공부할 때를 놓쳤어요. 몇 배 더 노력하지 않으면 안돼요." 하루 열 시간 이상 컴퓨터와 씨름하고 있는 김 씨는 올해부터 전문대학에서 전산실무회계학을 공부하게 됐다.

이한수(가명·40) 씨도 일과 공부를 병행하며 내일을 준비 중이다. "통일이 되면 맨먼저 고속국도를 타고 북한에 가 아내를 데려올 겁니다. 그러려면 운수업에 종사하는 게 가장 나을 것 같아요."

저마다 소박한 꿈을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하지만, 때때로 '새터민'이란 이유만으로 속상할 때가 많다. "남들과 확연히 구별되는 말투 탓에 눈총 받을 때도 많아요. 어떤 이들은 심지어 '간첩 아니냐'고 묻기까지 해요."

이선정(가명·33·여) 씨는 "취업을 하려 해도 북한 사람이라고 하면 차별받는 일이 종종 있다."며 "불이익을 당할까봐 '강원도 사람'이라고 둘러대는 새터민들이 많다."고 했다. 새해엔 목숨 걸고 한국으로 넘어온 동포들의 꿈들이 모두 이루어지길 소망한다.

임상준기자 zzu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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