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민주당에서 대폭적인 물갈이를 내용으로 하는 개혁 공천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민주당의 공천심사위원회(공심위)는 공천 부적격자 기준(금고 이상 형을 받은 자)과 관련, '선별구제론'을 제시했던 최고위원회와 팽팽히 맞서다가 5일 오후 전체회의를 전격 소집해 표결을 강행, 예외없이 적용키로 했던 원안을 그대로 통과시켰다.
어떤 식으로든 절충안이 마련될 것이란 정치권의 예상을 깨고 공심위가 서둘러 초강수로 밀어붙인 저변에는 무엇보다 당 지지도 급락에 따른 총선 패배의 위기감이 깔려 있다. 그만큼 절박했다는 것이다. 텃밭인 호남지역만을 기반으로 한 지역당으로 전락할 수도 있는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수도권 등으로의 당세 확장을 위한 획기적인 돌파구 마련이 절실했을 것이며, 결국 유권자들에게 호소력이 강한 개혁공천 카드를 꺼내든 것으로 분석된다. 때문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공심위와 당 지도부 간의 교감설도 나돌고 있다.
이에 따라 공심위의 다음 행보는 더욱 주목되고 있다. 공심위의 강수가 개혁공천을 명분으로 했던 만큼, 호남지역을 중심으로 현역 의원들에 대한 대폭적인 물갈이 수순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이미 호남 지역 의원들 상당수가 공천에서 탈락할 것이란 소문이 공공연히 나돌고 있다.
손학규 공동대표와 강금실 최고위원·정동영 전 대선후보 등 비례대표 자리를 내심 기대했던 당내 지도급 인사들도 당선을 자신할 수 없는 수도권에서 지역구 후보로 출마하는 쪽으로 선회, 조만간 구체적인 입장을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당내 간판급들이 수도권에 배수진을 침으로써 이곳에서 당의 운명을 건 한판 승부를 벌이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과거 자신의 지역구였던 전남 고흥·보성에 공천을 신청했던 박상천 공동대표도 거취를 재고민해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리게 됐다.
그러나 개혁공천을 기치로 한 민주당의 총선용 흥행카드가 의도했던 만큼 성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기는 아직 이르다는 분석이다. 탈당 등 이에 반발하는 역풍도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공천 부적격 기준에 포함된 인사로는 김대중 전 대통령(DJ)의 아들 김홍업 의원, 박지원 전 청와대 비서실장, 노무현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안희정씨, 신계륜 민주당 사무총장, 이용희 국회부의장, 신건 전 국정원장, 이상수 전 노동부장관, 이호웅·김민석·설훈·이정일 전 의원 등 11명이다.
김홍업 의원과 박 전 비서실장·이 부의장 등은 무소속 출마설이 나돌고 있으며 안씨 등 몇몇 인사들도 금명간 입장을 표명, 탈당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김 의원은 "지난해 보선에서 압승, 이미 유권자들에 의해 명예회복이 됐다"고 강력 반발한 뒤 "일단 재심을 청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 전 실장도 "당이나 국민은 내가 총선에 나가기를 원한다"며 "DJ와 매일 만나서 이 문제를 논의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개혁공천의 제거 대상에는 특히 김·노 전 대통령 측 핵심 인사들까지 포함돼 있어 주목된다. 현재의 민주당은 김 전 대통령과 노 전 대통령이 각각 창당한 새천년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결국 공심위의 개혁공천 행보는 이번 총선에서 '탈(脫)DJ·노무현'을 겨냥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무엇보다 호남지역이 DJ의 영향력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서봉대기자 jinyo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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