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벤치마킹

이명박 대통령은 당선 직후 중동의 두바이를 "벤치마킹하겠다"고 했다. 세계 최대의 해상 인공 신도시를 만들고 160층(높이 800m)짜리 세계 최고 빌딩 버즈 두바이를 건립하는 등 사막의 기적을 일구고 있는 두바이를 배우자는 것이었다.

2002년 월드컵 축구 4강신화 달성 후 불어닥쳤던 '히딩크 벤치마킹' 붐과 생산 혁신의 대표 사례로 꼽히는 도요타 배우기 열풍 이후 우리사회에서 벤치마킹이 기업과 자치단체 등의 효과적인 경영전략으로 떠올랐다.

'벤치마킹(benchmarking)'은 경쟁 기업의 성공 비결을 면밀히 분석, 自社(자사)에 적용해 그를 따라잡는 것이다. 1980년대 일본 업체들에게 고전했던 제록스가 캐논 등의 강점을 분석하면서 만들어진 용어다. '벤치마킹'은 산업현장과 지자체 등에서 끊임없이 시도되고 있으며 이젠 하나의 사회 현상으로 자리 잡았다.

5일 구미시의 5급 이상 간부 공무원들의 인천 경제자유구역과 시화호 개발 현장 투어에 동행 취재했다. 이날 방문은 지난해 말 대구경북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된 구미 디지털산업지구의 성공적인 조성과 발전 방향을 벤치마킹하기 위해서였다. 참가자들은 인천 경제자유구역의 핵심인 송도신도시의 어마어마한 개발계획 규모에 기가 질렸다. 수십조원을 투자하고 바다를 매립, 수백㎢씩 대규모로 조성한 부지규모에 압도당했다. 세계 최대의 조력발전시설, 인공적으로 조성한 세계최대 규모의 시화호 갈대습지 등등…. 환경문제 등 제약이 있긴 하지만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부지 확보가 가능한 여건에 부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모두들 좋은 경험이었다고 이구동성이었다. 돌아오는 길, 참석자들간의 疏通(소통)의 자리는 덤이 됐다. 비록 '장님 코끼리 다리 만지듯'한 하루 동안의 경험이긴 하지만 소중한 체험이 됐다. 이날의 경험이 구미시의 디지털산업지구 조성 등에 상당한 도움이 될 수 있으리라 본다.

잭 웰치 전 GE 회장은 "더 좋은 아이디어를 표절하라. 그것은 합법적인 표절"이라고 말하며 벤치마킹을 독려한 것으로 유명하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 했다. 구미시가 구슬을 잘 꿸지 두고 볼 일이다.

홍석봉 중부본부장 hsb@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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