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봄오는 남쪽바다

바닷바람에는 어느덧 봄내음이 난다

앉아서 봄을 기다리려니 지루하다. 아직 코끝엔 차가운 바람이 불어 봄은 먼듯 하지만 남쪽에선 연이어 봄소식이 전해진다. 봄을 맞으러 한반도 남단 부산으로 떠나보기로 했다. 부산까지 대구부산고속도로를 통해선 1시간, 경부고속도로를 이용하면 2시간 거리니, 꽤나 가까운 곳에 서 봄이 셈솟고 있는 셈이다. 봄 기운이 생동하는 먹을거리들을 챙길 수 있어, 봄철 미각 여행으로도 알맞다.

미역이 한창인 기장을 거쳐 송정에서 쉼표를 찍고, 해운대 동백섬에서 꽃을 감상한 후 자갈치시장에 닿으면 하루 코스로 적당하다.

부산 여행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첫 코스로 기장을 선택했다.

쫄깃한 맛과 특유의 향이 일품인'기장미역'이 한창이어서, 미역 말리는 풍경은 물론 제철 맞은 미역 맛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요즘은 수온'조류 등이 최적이어서 미역이 제철이다.

기장 대변항에는 항구 빽빽이 미역 말리는 풍경이 이색적이다. 특산품 코너에 가면 이렇게 말린 미역을 구입할 수 있다. 품질에 따라 1만~5만원대까지 다양한데, 기장미역은 국을 끓였을 때 흐물흐물해지지 않고 쫄깃한 맛과 향이 그대로 살아있는 것이 특징이다.

멸치젓 또한 기장의 특산품. 4월이 되면 대변항은 멸치잡이 어선으로 북적일 만큼 멸치로 유명한 항구이기도 하다. 멸치젓은 2kg 5천원선으로 싼 편이다 .

대변항에서 차로 10분 거리인 기장시장은 한번쯤 꼭 들러볼만한 곳. 해조류가 풍부한 바닷가답게 기장에서 채취한 각종 해조류가 푸짐하게 판매되고 있다.

기장시장에 들어서면 대구에서 볼 수 없는 시장 구경 재미에 푹 빠진다. 대구에선 흔히 볼 수 없는 복어도 마리당 5천~1만3천원선에 판매되고 있다.

기장시장의'머스트 해브 아이템'은 해조류. 매생이'김'까시리'미역귀다리'다시마채'세미역'몰 등 현지 이름으로 불리는 해조류들은 이곳 사람들의 단골 반찬거리다. 비릿하면서도 달콤한 해조류는 동면 중인 입맛을 자극한다.

"생김은 굴을 넣고 끓이면 시원하고 맛있어. 다시마채, 몰은 무쳐먹고, 미역귀다리는 생미역과 함께 초장에 찍어먹으면 최고야." 시장 상인들에게 조리방법을 들으면 저녁 반찬거리로 딱이다.

연체동물인 군소도 눈에 띈다. 군소는 이 지방에서 제사에 올리는 음식으로, 삶아놓은 것을 팔기 때문에 썰어서 초장에 찍어먹으면 된다고. 자연산 홍합도 싸게 구입할 수 있다. 자연산 홍합은 양식보다 알이 훨씬 굵은데, 짚으로 13,14마리를 엮어둔 꾸러미가 1만원 안팎이다. 대구에선 보기 힘든 데다 값이 싸, 눈여겨 보게된다.

제철을 맞은 학꽁치 회도 일품. 1kg에 1만원이면 싱싱한 학꽁치 회를 맛볼 수 있다. 굵은 멸치는 묵은 김치 넣고 지져먹으면 맛있다는 설명."주는 사람 마음에 따라 값은 다 틀려요." 자꾸 가격을 물어보는 기자에게 한 상인은 이렇게 말한다. 이처럼 시장 상인들의 후한 인심은 시장 구경의 덤이다.

부산 송정(松亭)은 이름처럼 해송이 아름다운 해변이다.'송정'이란 이름의 유래도 참 많다. 광주 노씨의 선조가 백사장이 내려다보이는 해송림 울창한 언덕에 정자를 지은 데서 유래했다고도 하고, 또 6'25동란 당시 사격연습으로 없어진 죽도 바다쪽 암벽에 서 있던 노송에서 유래됐다고도 한다. 어쨌든 송정에 온 만큼 소나무는 꼭 한번 보고가야 한다.

소나무를 제대로 감상하기 위해선 송정 해수욕장 왼쪽에 위치한 죽도공원에 가면 된다. 바다 내음과 소나무향이 어우러져, 그윽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송정 해수욕장은 백사장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곳이기도 하다. 백사장 길이가 1.2km나 된다고 하니, 산책 겸 운동 삼아 걸어보는 것도 좋다. 해수욕장에는 벌써부터 봄을 맞으러 나온 젊은 연인들로 붐볐다. 파스텔 빛깔을 한 바다에는 남실남실, 봄 내음이 물씬 풍긴다.

'봄'하면 '꽃'이다. 부산 동백섬엔 동백꽃 천지다.

송정에서 해운대로 가는 길, 동백섬을 반드시 거쳐 가자. 섬 전체가 부산광역시지정 기념물 제46호로 지정된 이 섬은 이름처럼 동백나무와 소나무가 울창하다.

동백섬은 이제'누리마을 APEC 하우스'로 더욱 유명하다. 2005년 APEC 정상회의 당시 부산 선언문이 발표된 곳으로, 그 일부가 관광객들에게 개방돼 있다. 대한민국 명장 김규장 선생의'십이장생도'는 나전칠기로 6m×2.2m 대규모로 만들어져, 또 다른 볼거리를 선사한다.

동백섬 내의 일주도로와 정상으로 올라가는 오솔길은 산책로로 인기가 높고, 바닷가 암석 위의'인어상'도 유명하다. 특히 동백섬의 등대에서 바라보는 바닷가 전경은 가슴이 탁 트일 만큼 시원하다. 바다로부터 불어오는 봄바람을 맞아들이기에 좋은 장소다.

해운대에서 시내를 거쳐 자갈치 시장까지 한시간 거리. 자갈치시장에 들어서니 정신이 번쩍 든다. 비릿한 갯내음에 생동감이 묻어있다. 역시 느슨해진 일상의 고삐를 조이는 데엔 시장이 제격이다.

자갈치시장은 영도대교 밑 건어물시장에서부터 오른편 남부민동 새벽시장까지를 이른다. 이곳은 부산의 성격을 가장 잘 보여주는 시장으로, 싱싱한 해산물이 넘쳐난다.

2006년 새롭게 건립된'자갈치 어패류 처리장'은 1층에는 활어'전복'선어'잡어 등을 파는 점포가 있고 2층에는 건어물 등을 취급, 회를 파는 식당이 즐비하다.

또 시장 서편 도로 노점에는 싱싱한 선어를 판매하고 있어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입맛을 더한다. "새댁, 제주도 갈치 가져 가. 한 마리 더 챙겨주꾸마. 응?" 여기저기서 손님을 부르는 소리, 물건값 깎는 소리로 시끄럽다.

자갈치시장에 오면 파닥거리는 신선한 회를 싼 가격으로 직접 골라 먹을 수 있다. 그리고 어패류, 해산물 등을 파는 노점상들이 늘어서 있어 바다 전시회를 방불케 한다. 뿐만 아니라 자갈치시장은 부두가 주변에 있기 때문에 정박해 있는 바다 위의 배를 보는 즐거움과 짭쪼롬하고 시원한 바다냄새를 맡으며 회를 먹을 수 있는 재미도 있다.

요즘 제철을 맞은 멍게는 1kg 1만원, 해삼은 2만5천원선이다. 광어는 마리당 2만원 정도이지만 값은 흥정하기 나름이다. 식당에 들어가면 생선구이 정식은 6천~1만원, 꼼장어는 1인당 1만원선이다. 손님 옆에서 직접 꼼장어의 껍질을 벗기는 모습까지, 가히 눈요기할 거리가 끊이질 않는다.

송정에서 해운대로 넘어가는 길은 달맞이고개를 선택해 보자. 왼쪽 언덕 밑으로 망망대해와 해운대 해수욕장 전경이 펼쳐지는데, 벚나무가 많아 봄철 아름다운 드라이브 코스로 손꼽힌다. 가장 높은 곳엔 달맞이 동산비가 건립돼 있다. 월출과 일몰을 함께 감상할 수 있는 명소로 전국적으로도 유명하다.

달맞이고개는 입구부터 해월정 부근까지 대규모로 카페촌이 형성돼 있다. 바다를 보면서 차를 마실 수 있는 공간도 많아, 잠시 쉬어가기 좋다.

먹을곳=기장 대변항에는 싱싱한 멸치회와 생멸치찌개가 별미로 손꼽힌다. 특히 멸치회는 꼬들꼬들할 정도로 물기를 짜낸 멸치 살을 접시에 담아 초장과 야채를 곁들여 먹으면 그 맛이 담백하다.

자갈치시장에서는 원하는 생선을 즉석에서 회로 먹을 수 있다. 1인당 1만5천~2만원선이면 푸짐하게 먹을 수 있다.

가는길=경부고속도로를 따라 가다가 부산IC로 나온다. 부산에서 14번 국도를 따라 울산방면으로 가다보면 기장 표지판을 볼 수 있다. 기장에서 송정해수욕장 까지는 10분 거리. 송정에서 달맞이고개를 따라 해운대까지 걸리는 시간은 15분 정도. 해운대에서 자갈치시장까지는 시내를 통과하면 한시간 정도면 도착할 수 있다.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사진 정재호편집위원 new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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