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世界女性의 날' 100년, 지금 우리는…

오늘(8일)은 '세계 여성의 날' 제정 100주년 되는 날이다. 1908년, 열악한 근로환경을 견디다 못한 뉴욕의 여성노동자 1만5천여명이 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선거권 등을 요구하며 대규모 시위를 벌인 데서 비롯됐다. 그로부터 100년. 그동안 세계 여성들은 과거 어느 시대서도 볼 수 없었던 큰 변화와 성과를 일궈냈다. 석학들은 '21세기는 여성의 시대'라고 입을 모은다. 여성의 미래가 온통 장밋빛으로 보일 정도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부쩍 '女風(여풍)'이라는 신조어가 자주 입에 오르내린다. 남성 일색이던 전문직 분야에서 여성 파워가 두드러지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계는 말할 것도 없고 법조'의료'공무원 등 각 분야에서 해마다 기록을 경신할 정도다. 각종 국가고시의 여성 합격률은 경이적이다. 현 17대 국회에선 여성의원이 39명으로 사상 최대치다. 남녀고용평등법, 가정폭력방지법, 가족관계등록부 제도 도입 등 법과 제도적 개선도 상당 부분 이루어졌다.

하지만 과연 이런 몇몇 지표만으로 '여풍' 운운할 수 있을까. 일부 분야에서 여성의 도약은 분명 눈에 띌 만하지만 그 이면에는 깊은 그늘이 드리워져 있다. 유엔개발계획이 정치'경제 분야 등 국가 주요 정책 결정에 여성의 참여 정도를 지표화한 '여성권한척도(GEM)'의 경우 한국은 만년 세계 하위권이다. 세계경제포럼(WEF)의 '性(성) 격차지수'에서도 우리나라는 2006년 115개국 중 92위에서 2007년엔 128개국 중 97위를 기록했다. 뿐인가. 여성노동자의 68% 정도가 비정규직이고, 42%가 저임금에 시달리며, 특히 일용직 여성의 저임금 노동자 비율은 85.4%에 이를 정도다. 직장에서는 여성의 승진을 가로막는 '유리천장'이 버티고 있고, 가정에서는 가정폭력의 강력범죄화 등 유무형의 폭력이 여성을 위협하고 있다. 국가 경제력은 세계 10위권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지만 여성의 전반적 권익 상황은 후진국 수준을 맴돌고 있는 것이다.

세계 여성의 날 100돌을 맞아 전국의 여성단체들이 기념행사를 열고 있다. 그간 우리 여성의 족적에는 땀과 눈물과 한숨이 얼룩져 있다. 많은 열매도 맺었지만 갈 길은 아직 멀고 험하다. '여성의 시대'라는 장광설보다 여성의 정당한 권익 신장을 위한 지속적인 법적'제도적 지원 확대와 피부에 와닿는 인식의 전환이 더욱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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