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먼지도 쓰일 데 있건만…

포크 아트(Folk Art)는 목제 소품 가구 등에 예쁜 그림을 그려넣는 생활공예의 하나다. 낡은 것들을 멋지게 리폼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아크릴 물감으로 칠을 한 바탕 위에 먹지를 놓고 다시 그 위에 그림을 베낀 종이를 덮어 볼펜 등으로 꼭꼭 눌러 바탕에 그림을 옮긴 뒤 색칠하는 방식이다. 이때 바탕이 흰색일 경우 먹지를 사용하면 자칫 검은 색이 퍼지기 쉬우므로 투명 종이만으로 작업하기도 한다.

문제는 투명 종이를 깔고 아무리 힘을 꼭꼭 주어 그림을 옮긴다 해도 바탕엔 흐릿한 선만 보일락말락, 형태를 분간하기 어렵다. 하지만 신묘한(?) 방법이 있다. 손가락에 먼지를 슬쩍 묻혀 보이지 않는 그림 위로 쓰윽 가볍게 문질러 주면 마법처럼 형상이 살아난다. 그림의 미세한 골과 골 사이를 먼지가 메워주기 때문이다. 아무짝에도 소용없을듯한 먼지조차 쓰일 데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세상엔 정말이지 '먼지보다도 못한 인간들'이 있다. 요즈음 우리 사회에서 비일비재로 일어나는 엽기적 사건들을 보면 가슴이 떨린다. 혜진'예슬 두 어린아이가 한 살인마에 의해 그토록 잔인하게 죽임당한 사건은 인간과 인간성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갖게 한다. 이런 상황에서 저수지에서 참혹한 여성 시신이 또 발견돼 세상을 흉흉하게 만든다. 최근 잇따르는 여성 실종, 암매장 사건들은 피해자에 대한 연민과 그 가족들의 아픔을 떠올려주면서 가슴을 무겁게 만든다.

최근 오세훈 서울시장이 '여행 프로젝트'라는 이색적인 계획을 밝혀 관심을 끈다. 女幸(여행), 즉 '여성이 행복한 프로젝트'라는 의미란다. 오 시장은 앞으로 서울에서 하이힐 굽이 빠질 수 있는 보도블록은 모두 교체할 것이며, 모든 공공화장실의 여성 및 남성용 변기를 7대 3 비율로 만들겠다고도 했다. 여성의 시각에서 여성들이 불편해 하는 것들을 작은 것에서부터 하나하나 풀어나가겠다는 계획이 신선해 보인다. 이 같은 개선의지와 노력이 비단 서울 뿐 아니라 전국으로 확산돼 나갔으면 싶다.

이런 '여성행복 프로젝트'가 깊이 모를 늪처럼 가라앉은 우리 사회에 봄날의 미풍처럼 불어주기를 바라본다. 타인의 삶,행복권을 존중하는 그런 사회를 가꾸기 위해서라도…. 적어도 사람이 먼지보다 쓸모없어서야 되겠는가.

전경옥 논설위원 siriu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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