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빈 땅마다 아파트, 사라지는 오피스 빌딩

대구 10층이상 73곳 공실률 1.8%

대구 지역에서 대형 업무용 빌딩 부족 현상이 일고 있다.

신규로 건립된 업무용 빌딩은 거의 없고 재개발 영향으로 사라지는 중소형 빌딩은 늘고 있지만 수요가 증가하면서 기존 건물의 공실률이 급격히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지난해부터 수성구를 중심으로 업무용 빌딩 임대난이 일고 있다"며 "하지만 마땅한 신축 건물은 찾아보기 힘들어 업무용 빌딩 부족 현상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빈 사무실 없나요

수성구에 위치한 정부 출연기관인 A사의 대구 본부는 지난해 가을 이후 이전 사무실을 찾아 헤매고 있다. 빌딩주인이 임대료 대폭 인상을 요구하면서 대체 사무실을 찾고 있지만 마땅한 곳이 없기 때문.

A사 관계자는 "직원 80여 명이 2천㎡ 정도의 사무 공간을 사용하고 있다"며 "중구나 수성구에는 적당한 빌딩이 아예 없고 달서구에서 한곳을 찾았지만 현 위치와 너무 떨어져 있어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고 했다. 결국 A사는 임시방편으로 임대료를 50% 이상 올려주는 조건으로 현 건물주와 재임대 계약을 한 뒤 내년 가을 이후 준공 예정인 동대구역 인근 신축 건물에 입주 가계약을 체결했다.

7월 1일 개청 예정인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청'도 사무 공간 확보로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도심지 ㄷ타워 등 대형 건물 몇 곳을 두고 저울질 했지만 어느 건물에도 2천㎡ 예상하고 있는 단일 공간 사무실을 찾을 수 없었던 것. 이 탓에 경제자유구역추진단은 결국 중구 반월당 삼성생명 빌딩 5개 층에 사무실을 분산 배치하기로 했다.

대구의 성장동력 중 하나로 꼽히는 IT업체들도 사무 공간 부족이 심각하다.

테크노파크 등에서 사업을 시작, 기업이 성장하면서 졸업을 해야 하지만 IT업체의 업무환경을 살릴 수 있는 사무공간은 터무니없이 부족한 실정. 이들 업체들은 현재 업체 공동으로 용지를 확보, 업무빌딩 건축을 추진중에 있다.

◆바닥친 공실률

각종 시장 조사 자료로 볼 때도 대구 지역 업무용 빌딩 부족난은 심각한 수준이다.

부동산 컨설팅사인 알투코리아가 조사한 전국 대도시 오피스 빌딩 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대구 지역 내 10층 이상 또는 연면적 1만㎡ 이상 대형 오피스 빌딩 73개의 공실률은 1.8%로 나타났다. 수치상 볼 때 업무용 대형 빌딩의 빈 여유 공간이 거의 없는 셈이다.

또 공실률이 지난 2006년 4.7%, 2005년 8%인 것을 감안하면 해마다 큰 폭으로 낮아지고 있다.

지난해 타시도 공실률을 보면 부산이 2.2%, 인천 5.5%, 대전 4.7%, 광주 4.3%로 서울은 1.1% 수준을 보였다.

알투 코리아 관계자는 "대구의 경우 중구의 4개 대형 빌딩에 4천690㎡와 달서구 두류 2동 1천230㎡ 정도의 공실이 있으며 나머지 대형 오피스 빌딩은 임대율이 상당히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며 "도심 재개발에 따른 오피스 빌딩 감소가 공실률 감소의 주원인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특히 빌딩 내 공실이 전혀 없는 완전 임대율은 대구가 54%로 광주 39%, 부산 및 대전 23%, 인천 19% 등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준을 보였다.

대구 지역 대형 빌딩 완전 임대율은 지난 2005년 11.76%, 2006년에는 32.6%였다.

건설교통부가 지난 2006년 기준으로 발표한 전국 7대 도시 업무용 빌딩 및 상가 수익률 조사에서도 대구 지역 업무용 빌딩의 투자 수익률은 7.42%로 서울 지역(10.92%)을 제외하고는 전국 도시 중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투자 수익률은 소득수익률(순이익/기초자산 가격)과 자본수익률(자본이득/기초자산가격)을 합산한 것.

◆부족한 업무용 빌딩 왜 짓지 않을까

인구 250만 명인 대구의 20층 이상 업무용 빌딩은 고작 10개. 이마저도 IMF이전 신축에 들어간 건물이 대부분이다. 50층을 넘나드는 초고층 주상복합은 줄지어 들어서고 있지만 2002년 이후 들어선 20층 이상 업무용 빌딩은 전무한 실정이다.

원인은 다양하다.

대구시 건축과 관계자는 "대구에 20층 이상 업무용 빌딩을 신축할 만한 대기업이 없는데다 본사 유치 없이 임대용으로 대규모 업무용 빌딩을 짓기에는 무리가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IMF 이후 지역 경제 회복 속도가 느린데다 몇 년 전 불어닥친 '아파트 붐'이 대형 빌딩 신축을 대신했다는 설명도 있다.

분양대행사 장백의 박영곤 대표는 "3, 4년 전 기준으로 본다면 똑같은 부지에 주상복합아파트를 짓는 것과 업무용 빌딩을 짓는 것은 수익률에서 비교가 되지 않는다"며 "이로 인해 업무용 빌딩이 가능한 부지마다 아파트가 들어섰다"고 밝혔다.

실제 업무용 빌딩 수요가 몰리는 동대구로의 범어네거리와 황금네거리 개발 가능 부지의 대부분이 주상복합 빌딩이 들어서고 있다.

업무용 빌딩 부족난은 앞으로 더욱 심해질 전망이다.

부동산 114 이진우 대구 지사장은 "현재 달구벌 대로와 동대구로에 신축을 준비중인 주상복합 아파트가 개발에 들어가면 업무용 빌딩은 더욱 줄어들 것"이라며 "올 하반기 이후에는 대형뿐 아니라 중소형 업무용 빌딩 부족 현상도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재협기자 ljh2000@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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