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문화행정 이대로 좋은가] ③오페라하우스 관리·운용

직원들 문화마인드 부족

대구오페라하우스의 전체 인원은 36명. 그러나 이 중 공연을 위한 전문스태프는 4, 5명에 불과하다. 나머지 인원은 건물과 조직을 관리, 운영하는 데 필요한 일반직원이다. 국내 유일의 오페라 전용극장이고 문화예술중심도시로 나아가기 위한 거점공간이지만 전문가는 턱없이 부족한 것이다. 서울 '예술의 전당'의 경우 조명 담당자만 11명이다. 그러나 대구오페라하우스의 조명전문 기사는 1명뿐이다.

'공연문화중심도시'를 표방하는 대구시의 안이함은 인사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얼마 전 명예퇴직한 오페라하우스의 공연과장은 59세였다. 현재 관리과장은 55세다. 이러다 보니 이젠 오페라하우스가 정년퇴직을 앞두고 잠시 쉬어가는 자리로 인식되고 있다. 공연에 대한 기본 지식이 없는 사람들을 인사 발령했다는 비판을 받는 대목이기도 하다.

문화예술계 한 인사는 "구청에서 근무하다가 오페라하우스로 오는 공무원도 있다. 개관 초기 문화예술과 근무경험이 있는 공무원 중심으로 발령하던 것보다 오히려 후퇴했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문화계 인사는 "오페라하우스는 공무원들이 잠시 머물다 가는 곳인 듯한 인상을 준다"며 "대구시가 표방하는 '공연문화중심도시'와 인사는 따로 작동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문화예술회관과 오페라하우스에는 문화 마인드가 없어 대화가 안 되는 직원들도 많다"고 했다.

이에 대해 대구시 권오춘 총무인력과장은 "공무원이 구청에서 시청으로 올 때 대구시 산하 사업소를 2, 3년 거치도록 돼 있다"고 설명했다. 문화예술회관, 오페라하우스라고 구청 출신 비전문가를 배치한 것은 아니라는 말이었다. 결국 '공연문화중심'도시를 표방하고 있지만 공무원이 스쳐가는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말이었다.

오페라하우스 김홍승 관장은 "나이 든 사람이라고 정열적으로 일하지 않으리란 법은 없다. 그러나 공연예술 분야 경험자이고 젊은 사람이라면 더 나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공연부문만큼은 전문계약직이 업무를 담당한다면 더 수준높은 공연장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현재 대구문화예술회관 공연과장도 공석이다. 박명기 문화예술회관 관장은 "그 자리에 공연 전문가를 외부에서 공채할 수 있도록 조직을 개편했지만 현재는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했다. 외부공채에 대한 대구시 공무원사회의 따가운 시선을 의식하는 동시에 6, 7월로 예정된 인사에서 대구시의 전향적인 조치를 기대한다는 말이었다.

대구시가 오페라하우스 김 관장과 맺은 '연봉 약속'을 지키지 못한 점도 딱한 행정의 단면이다. 대구시는 지난해 김 관장을 스카우트하면서 그의 기존 연봉 수준을 보장하기로 약속했다. 그러나 이 연봉수준에 대해 행자부의 승인을 받지 못했다. 타 지역과 형평성이 떨어진다는 이유였다. 대구시는 행자부의 입장검토없이 약속부터 했고, 이를 지키지 못했다. 결국 전문가를 영입하고도 그 능력을 100% 이용하지 못하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김 관장은 이에 대해 "대구시로부터 사과를 받았고 서로 양해했다"고 밝혔다.

대구시가 오페라하우스를 짓고, 오페라 축제를 시작한 것은 '오페라 관객 저변확대'와 지역 오페라 산업 육성을 위해서다. 그러나 오페라하우스 개관 5년이 됐지만 그 기능은 공연산업 육성, 공연 인프라 구축과는 거리가 멀다.

오페라하우스는 전용극장이라고 하지만 무대와 객석이 있을 뿐 콘서트홀도, 무대장치 제작소도, 보관소도 없다. 한번 쓰고 난 세트는 무대 한쪽에 방치되다시피 하고 있다. 먼지가 쌓이고 곰팡이가 피기도 한다. 오페라는 다른 어떤 공연장르보다 무대세트와 의상, 소품 등 제작비가 많이 들어간다. 무대세트를 제대로 보관할 수 있다면 향후 재활용, 타지역 공연 대여 등에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로비는 너무 좁아 중간휴식 시간에 공연에 관해 이야기를 나눌 공간도 없다. 연습실은 한개뿐이어서 연습이 겹칠 때는 분장실에서 노래를 연습하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한다. 주차장도 좁고 불편하다. '주차가 불편해 공연을 못 보겠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오페라 전용극장이지만 무대세트 제작 시스템은 거의 전무하다. 전문 오케스트라, 합창단도 없다. '국내 유일의 단일 오페라 전용관'이라는 홍보문구가 무색하다.

대구를 '공연문화중심도시'로 키우기 위해서는 인력을 양성하고 제작 능력을 키우는 수밖에 없다. 이를 위해 '국립공연아트센터'가 시급하다. 하지만 대구시는 중앙정부의 지원만 기다리고 있는 실정이다. 시는 "국립공연아트센트는 중앙정부 지원이 있어야 하는데 아직 어떤 대답도 없다"고 했다. 한 오페라 관계자는 "예산이 부족한데, 꼭 국비나 시비이어야만 하나? 민영화를 통해 민간투자를 유도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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