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대 국회는 13대 이후 가장 강력한 '거대 여당'의 탄생을 예고하고 있다.
4·9 총선 결과 한나라당은 과반의석을 가까스로 넘는 153석을 획득했지만 같은 뿌리인 친박인사들의 복당 문제가 가닥을 잡음에 따라 조만간 180석에 육박하는 거대여당이 될 것으로 보인다.
10년 만에 집권에 성공한 한나라당이 독자적인 개헌이 가능한 의석까지 장악함에 따라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운영철학을 뒷받침할 수 있는 의회권력까지 장악한 셈이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이 대통령이 집권 초 인사문제부터 국민 지지를 이끌어내는 데 실패했고 쇠고기파동을 겪으면서 민심이반이 가속화됨에 따라 '비판적 지지세력'으로 역할 수정에 나설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당장 통합민주당 등 야당이 개원협상에 응하지 않고 장외로 뛰쳐나감에 따라 야권을 장내로 불러들일 수 있는 정치력을 요구받고 있다. 국민들은 여야 모두에게 '상생'과 '대화와 타협'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집권당인 한나라당은 원내 다수라는 힘의 우위만을 강조하다가는 소수세력을 배려하지 않는 '일방통행'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야당을 상대로 한 고도의 정치력 발휘가 요구되고 있다.
정국 최대 현안으로 떠오른 미국산 쇠고기 재협상 논란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처리는 18대 국회의 '정치력'을 확인해볼 수 있는 무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달 초순부터 본격화될 원 구성 문제도 여야 원내사령탑이 협상력과 타협의 기술을 발휘해야 할 주요현안의 하나다.
국민들의 요구도 여기에 집중되고 있다. 거대여당인 한나라당이 국회 단상 점거나 몸싸움 등으로 얼룩진 채 잦은 파행을 거듭해 온 대립의 정치를 청산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민웅 성공회대 NGO 대학원 교수는 "여대야소라는 새로운 상황에서 과반을 점한 한나라당이 일방적으로 국회를 끌고 가려 한다면 또다시 과거의 긴장관계가 반복될 수 있다"며 "각 정파는 정책 위주의 의정활동을 펼치는 데 주력해야 하며 이 과정에서 다수당도 일방적 횡포를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야당과 대화와 타협을 통해 우리 경제가 당면한 '양극화'와 '저성장'의 문제를 풀어가는 쪽으로 실용적 접근을 시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경제 살리기를 내걸고 이명박 정부가 올 정기국회에 상정할 각종 민생입법의 처리 여부는 '실용국회'의 가능성을 엿보는 바로미터가 될 전망이다. 홍준표 원내대표는 "과거 정부와 여당의 경우 정부가 잘못을 하고 실수했을 때, 국회에서 덮어주고, 감싸주는 기능을 해 와 소위 '거수기'라는 비난을 받았다"며 "과거 여당처럼 정부의 잘못이나 실책만 덮어주는 그런 형식의 여당은 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한나라당이 차기 대권구도를 두고 친이-친박 싸움으로 당내 권력투쟁에 매몰될 가능성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친박복당 문제가 해결될 경우 복당인사들이 박근혜 전 대표를 중심으로 정부 정책에 시비를 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 이는 야당의 '몽니'와는 차원이 다른 여권 내 권력투쟁으로 비화될 가능성도 있다.
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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