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특별기고] 도청이전, 승복의 문화 필요하다

경북도청 이전 예정지가 6월 8일 발표될 예정이다. 경북도청 이전은 지방자치제의 이념을 실현하고 지역의 정체성을 확보하는 지름길이다. 이것은 또한 지역발전의 新成長軸(신성장축) 구축으로 대구·경북 광역 경제권의 활성화에도 큰 시너지 효과를 가져 올 것이다. 경북도청 이전 예정지 결정은 대구·경북의 미래를 가늠해 줄 만큼 대단히 중요한 프로젝트이다. 따라서 경북도청 이전 예정지 결정은 전 지역민의 화합과 상생의 정신을 구현할 축제가 되어야 한다. 다행스럽게도 유치를 신청한 시·군 단체장과 의회 의장들이 모여 추진위원회의 결정에 승복하기로 약속했다고 한다. 이 약속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민주주의는 합의의 정신이 존중되는 사회이다. 공정한 절차를 거쳐 합의된 결과에 대해서는 각자에 따라 다소간의 불만족이 있더라도 승복하여야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대구·경북에는 이러한 승복의 미덕이 부족했다. 지역의 정신적 어른이 없고 투서가 가장 많은 도시라는 오명을 가진 적도 있다.

대구시가 광역시로 분리되면서부터 제기되어 온 경북도청 이전문제는 그동안 지역 간의 갈등만 야기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지난 90년대 초에도 용역기관에서 후보지를 추천하고 도의회에서 최종 선정하는 방법을 취했으나 많은 논란 끝에 결국 무산되고 말았다. 그러나 이번 경북도청 이전 예정지 선정과정을 보면 투명성과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한 많은 제도적 장치를 두고 진행되었다. 특히 과거의 오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민간 전문가 중심의 추진위원회가 선정을 주도하고 있으며 그 위원도 외부의 입김이나 정치적 고려가 전혀 없이 합리적으로 구성되었다. 추진위원회도 지역에 연고가 없는 민간 전문가들로 구성되었으며 평가단 역시 시·군의 추천과 지역의 非緣故(비연고) 전문가로 구성되었다. 도청 이전을 위한 조례도 도의회의 전원일치로 제정됨으로써 도민의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러한 공정하고 합리적인 방법과 절차에 의해 경북도청 이전 예정지가 결정된다면 모든 지역민은 이를 받아들여야 한다.

지난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과정을 보더라도 승복의 문화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 수 있다. 승자는 패자를 포용하고 패자는 결과에 승복하는 미덕을 보여줌으로써 한나라당은 대선은 물론 총선에서도 크게 승리할 수 있었다.

대구·경북이 새로운 시대, 새로운 희망을 찾기 위해서 승복의 미학이 필요한 시점이다. 경북도청 이전 예정지 선정 결과를 새로운 시대정신으로 승화시키는 것은 우리 지역민의 몫이다. 지역의 장래를 이끌어 갈 다음 세대도 도청 이전과 관련한 의사결정 과정을 지켜보고 있다. 지역의 우수한 인재들이 지역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지역에 남아야 지역은 발전한다. 대구·경북이 발전하고 시·도민이 잘사는 길이 무엇인지 냉정하게 판단하고 행동해야 한다.

경북도청 이전 예정지 선정 결과에 대해 승복하는 것은 우리 지역의 새로운 가치를 실현하는 길이다. 이것이 진정한 TK정신이 되어야 한다. 만약 결과에 대해 승복하지 않는다면 이것은 결국 스스로를 부정하는 것이 된다. 지역 간의 반목과 갈등이 계속된다면 중앙정부의 지원도 기대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대구·경북의 미래는 더 어두워 질 수밖에 없음을 인식해야 한다.

승복의 문화를 정착시키고 확산시키는 일, 이것은 대구·경북의 미래를 담보할 새로운 지역 가치의 실현이다. 이것은 또한 대구·경북이 옛 영광을 재현하고 더 큰 웅도로 도약할 수 있는 지름길이다.

우동기 영남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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