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회 대구 광주 뉴 비전 모색전 / 6.18-23 / 대백프라자갤러리
다원주의와 혼성모방의 포스트모더니즘 예술이 유행하는 가운데 요즘 그림에서도 다시 재현적인 요소가 익숙하게 등장한다. 사물을 객관적으로 재현하는 근대미술의 과학적 태도가 인상주의 이후 주관주의와 만나면서 재현을 포기하기 시작한 이래 오랫동안 현대미술은 관객과 소통의 어려움을 겪었다. 추상화되고 개념적인 성격을 띤 미술은 관객에게 단순한 감각적 직관을 넘어 철학적 성찰을 요구하지만 그러나 형이상학적 난해함은 역설적으로 감각에 충격을 주는 새로운 재현적인 미술의 출현을 재촉하도록 만든다.
팝아트도 그렇고 60년대 후반의 하이퍼리얼리즘(극사실주의)도 그런 요구에 대한 한 반향이다. 우리나라에서는 80년대 초에 그 사조가 한때 유행했다. 우리는 서구 자연주의 전통도 그다지 깊게 체험한 바가 없는데, 흔히 절충적 사실주의라고 부르는 한국적 구상미술이 미처 경험하지 못한 핍진한 묘사와 또한 현대성이 그 속에서 함께 추구될 수 있었다. 미국의 하이퍼리얼리즘은 주로 도시 공간의 풍경을 통해 자본주의적 소비 사회의 고독과 소외를 그려냈다. 중성화된 시각과 물질화된 풍경은 현대 산업사회의 전형적인 모습을 반영한 반면 우리는 대개 개인의 정서가 투영된 사물의 단편을 선택하는 예가 많았다. 산업사회의 비정함이나 일상의 허무보다는 삶의 주변적 환경을 감상적으로 묘사하는 특이한 정서를 본다. 그런 가운데서도 예상치 못했던 현실의 진실과 조우하는 성과를 얻기도 하고, 눈앞의 현실 그 너머를 혹은 그 뒤에 감춰진 리얼리티를 드러내기도 한다.
그런데 최근 특히 대구를 중심으로 이런 극사실주의 기법의 작품이 많아지는 현상이 주목된다. 단순히 사물의 표면을 사진처럼 기계적으로 재생하는 핍진한 재현을 넘어서 경이적이고 환상적인 화면을 연출하려는 데까지 나아가는데, 극도의 사실적 기법으로 묘사한 결과들은 흔히 비현실적이고 초월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추상과 사실이 공존하고 개념과 실천이 뒤섞인 속에서 무언가 현실의 혼란을 벗어나보려고 하는 것도 극사실주의자의 한 특징이기도 하다. 그러나 현실을 부정하거나 형태를 파편화시키지도 않고 경이로운 환상을 제공하는 매력 때문에 미술시장이나 대중의 취향에 다가가기 쉬운 양식으로 의심받을 수도 있다. 그런데 자연주의적 묘사는 그 발달과정을 보면 본래부터가 관객의 이목을 끄는 센세이셔널리즘과 관련 없지도 않았다. 원래 회화는 환영을 만들어내는 그 놀라운 기술에 의해 늘 사람들의 경탄을 자아냈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이념적 주관성이 개입된 사실주의보다도 이 핍진한 묘사들이 더 두드러지게 현실의 진실을 표상할 수도 있다. 광주와 대구 양쪽 지역에서 두 기업이 후원하는 이번 전시회에 대구지역에서는 정창기 김대연 김관종 도진욱 네명의 젊은 하이퍼 작가들을 선정해서 조명한다.
김영동(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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