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정부 미봉 대처…수년째 재발" 포항공단 업체사장 분통

"첫번째 사태가 터진 지 5년 만에 똑같은 상황이 재발했습니다. 그동안 정부는 뭘하고 있었는지 모르겠어요. 허 참! 기가 막힙니다."

포항공단에서 철강관련 업체를 운영하는 중소기업 A사장은 파업 첫날을 보낸 뒤 연방 헛웃음을 지었다. 제품수송을 맡았던 기사들이 이날 운전대를 놓는 바람에 1천여t의 제품을 납품하지 못해 발주사로부터 호된 질책을 받은 뒤였다.

A사장은 이번 사태를 야기한 상당 부분 책임이 정부에 있다며 언성을 높였다.

그는 "정부(국토해양부)가 사태의 본질조차 모르고 있다"고 했다. "이번 파업은 화주인 내가 봐도 분명한 '생계형'입니다. 못살겠다 싶어 운전대를 놓고 거리로 뛰어나온 이들에게 인제와서 당사자들끼리 대화로 푸는 방법 외에 정부가 할 일이 없다는 게 말이 됩니까? 그럼 정부가 할 역할은 도대체 뭡니까?"

A사장은 정부가 서툰 해법으로 화물노동자들을 심리적으로도 자극하고 있다고 했다. 사용자들도 일부 정부 대응책은 듣기만 해도 화가 치민다고 했다. 대표적 사례로 군이 보유한 차량과 군병력을 대체투입기로 한다는 비상방안을 꼽았다.

그는 "트레일러나 컨테이너 기사들이 싣고 다니는 화물이 그냥 짐짝인줄 아는 모양인데 상·하차는 물론이고 고정밧줄 묶는 법도 제대로 모르는 군병력으로 무엇을 어떻게 한다는 건지 이해할 수 없다"며 "전시적 효과만 있고 현실성은 떨어지는 내용을 비상대응 수단이라고 내놓는 정부가 한심하기 짝이 없다"고 꼬집었다.

물론 지나치게 낮은 운임을 강요하며 화물노동자들을 궁지로 몰아넣은 화주와 운송사 및 알선업주들에게도 많은 책임이 있지만, 5년 전 사태가 터진 것을 계기로 수없이 많은 해결방안을 제시했던 정부가 그동안 실제 시행한 해법은 거의 없었다며 "내가 운전기사라도 파업했을 것"이라는 말도 서슴없이 했다.

표준요율제 도입, 수수료가 턱없이 높은 다단계 알선구조 개선, 유류가 인상 충격 저감방안 등 정부가 충분히 역할을 할 수 있는 부분이 많은데도 장관 바뀌면 또 후순위로 밀리고, 화물연대가 조용하면 잊어버리고, 시황이 변하면 그것을 핑계대면서 미루기만 하다보니 이처럼 곪아터지는 것이라는 얘기다.

포항·박정출기자 jc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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