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30%·20%·15%…풀리지 않는 숙제 '운송료 인상'

화물연대 파업 나흘째

화물연대는 지난 13일 총파업 돌입을 선언하면서 ▷운송료 30% 인상 ▷유가연동제 도입 ▷표준요율제 실시 등 3가지를 핵심 요구사항으로 제시했다. 그 중에서 운송료 30%와 유가연동제는 '죽어도 양보할 수 없는 것'이라고 했고, 특히 운송료는 "30%에서 단 0.01%도 깎을 수 없다"고 했다.

파업 나흘째인 16일, 운송료 협상 논의는 인상안을 둘러싼 당사자 간 입장 조정은 고사하고 운송사와 화물연대 간 협상 자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곳이 대부분이다. 화물연대는 주말 이틀 동안 직접 인상액 결정권이 없는 정부와 원론적인 얘기만 나누는 데 그쳤다.

◆화물연대="운송료 30% 인상안에서 단 1%만 모자라도 이번 파업은 1년이고 2년이고 지속될 것이다."

화물연대는 살인적 유가폭등을 '최소 30% 인상안'의 첫번째 근거로 들었다.

현행 운송료는 1차 파업이 있었던 지난 2003년 기준으로, 당시 ℓ당 경유가는 772원이었지만 지금은 2천원에 달해 5년 동안 무려 3배나 올랐다는 것. 따라서 다른 소비자 물가 인상까지 감안하면 30% 올려도 겨우 적자를 면할 정도에 불과하다는 주장이다.

"운전대 잡으면 신용불량자 되고 놓으면 실직자 되는데, 신불자 신세 면하고 실직자로 전락하지 않으려면 물러설 수 없다"는 것이 파업 현장의 공론이다.

◆화주="15%면 최대한 배려한 것이다. 그 이상은 우리에게 고통을 전담하라는 것이다."

화주사들은 "기름값만 오른 게 아니고 모든 원자재값이 폭등했는데 운송료를 30%나 올려주면 다른 인상요인은 어떻게 감당하느냐"며 15%가 최대폭의 양보안이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실제로 철강업계에서 포스코에 이어 2, 3번째로 큰 화주사인 현대제철과 동국제강은 지난 12일 화물연대 포항지부와의 첫번째 협상에서 각각 14.8%와 14.6% 인상안을 제시한 뒤 현재까지 "추가 제시안은 없다"고 완강하게 버티고 있다.

자동차·전자 등 다른 업종의 화주사들도 대체로 최대선을 15%로 제시해 놓고 화물연대가 수용해주기를 기다리고 있다.

다만 포스코는 지난 5월 8%, 6월 12.4% 인상에 이어 앞으로 유가 연동제를 적용하기로 해 올해 물류파업에서 가장 전향적인 자세로 협상에 응하고 있다. 지난 2003년 포스코를 가장 큰 타격대상으로 삼았던 화물연대가 이번 파업에서는 유연한 입장을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부와 자치단체="20% 정도는 돼야 화물연대와 말이나 붙여보지…."

중간에서 협상을 지원하고 조기 타결을 유도해야 하는 정부와 각 자치단체는 내심 20% 정도에서 양측이 합의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화주사들이 제시한 15% 인상안만 가지고는 협상테이블에 마주앉는 것 자체가 성사되지 않는다"고 했다.

포항시 관계자도 "지금까지는 화물연대가 여론의 지지를 받고 있지만, 20% 인상안까지 거부한다면 그때부터는 얘기가 달라질 것"이라며 20% 타결 가능성을 기대했다.

포항·박정출기자 jc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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