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농수산물시장 '초라한 20돌'…전국 최고 명성 잃다

경북 영양에서 10년 이상 배추농사를 지으며 대구농수산물도매시장(북구 매천동)에 배추를 내왔던 신인호씨. 그는 요즘 대구보다는 부산으로 더 발길이 간다고 했다.

"부산까지 내려가면 화물차 기름값이 2만원 이상 더 들어갑니다. 그래도 부산으로 가면 배추 1포기당 100원, 200원은 더 받습니다. 제가 1년에 5t트럭으로 100대가 훨씬 넘는 배추를 실어냅니다. 포기당 100원씩만 더 받아도 돈 차이가 엄청납니다."

신씨가 대구 도매시장을 외면하는 것은 복잡한 유통구조 때문에 수수료가 더 들어가고 결국 생산자가 손해를 보기 때문. 신씨는 "그렇다고 소비자가 싸게 살 수 있는 구조도 아니다"고 말했다.

한강 이남 최대의 농산물 집산시장으로 각광받던 대구농수산물도매시장. 문을 연 지 올해로 꼭 20년이 되는 대구농수산물도매시장의 '스무살 성년식'이 초라하다. 관계기사 13면

대구농수산물도매시장은 농도(農都) 경북을 배후로 끼고 있고 고속도로가 가장 많이 통과되는 지역에 자리 잡아 농산물 물류중심지로서의 이상적 환경을 갖고 있지만 '유통환경 변화를 읽지 못하는' 운영시스템을 고집하면서 전국 최고 명성을 잃고 있다.

대구농수산물도매시장은 지난 2001년까지만 해도 한해 45만t에 육박하는 농산물을 거래시키면서 광역시 도매시장 가운데 최대 규모를 자랑했다.

하지만 대구농수산물도매시장은 불과 7년 동안 5만t 이상의 물량을 다른 지역 도매시장으로 뺏기면서 부산에 '전국 최대 농수산물 지방 장터' 자리를 내줬다. 거래물량 기준으로 지난 2001년 당시 대구 물량의 3분의 2 규모만 유통시키면서 비교 대상도 되지 않았던 인천도 대구와 엇비슷한 수준으로 치고 올라왔다.

부산과 인천은 '제2도매시장'이 만들어지면서 도매시장 숫자가 증가, 거래물량이 대구를 앞섰거나 추월 직전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대다수 전문가들은 "유통비용을 떨어뜨리지 못하는 시장 운영체계에 문제가 있다"고 진단했다.

한국유통혁신연구원 김윤두(경제학 박사) 대표연구위원은 "대구농수산물도매시장은 유통단계를 줄여 효율성을 높여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며 "지금이라도 왜곡된 구조를 바로잡으면 전국 최고 시장의 위상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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