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조업단축·재고바닥 산업현장 '시름'

화물연대파업 6일째 지역 산업계 몸살

17일 오후 대구 성서공단내 H염색업체. 이날부터 장마가 시작됐지만 이 업체 공장 마당에는 원단이 쌓여 있었다. 직물업체들이 파업 전 맡긴 물량이다. 비에 젖으면 염색작업에 어려움이 많지만 도리가 없다. 하지만 작업을 할 수가 없다. 가성소다 등 염색에 필요한 화공약품 반입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재고가 3일치밖에 없는 상황. 재고가 바닥나면 공장을 세워야 한다.

같은 날 오후 대구염색공단내 S염색업체. 이 업체도 운송이 불가능해 원단을 쌓아두고 있었다. 쌓인 물량은 6일치 30만m. 예전에는 작업하면 바로 포장해서 부산항으로 갔던 물량들이다. 수출해야 되는데 납기가 계속 미뤄지고 있다. 외국 바이어의 신용을 잃을까 걱정이다. 이 업체 대표는 "파업이 길어지면 조업을 단축해야 한다"면서 "끝난다고 해도 바이어에게 신뢰를 잃어 후유증이 심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화물연대파업이 6일째를 맞으면서 수출차질 재고누적 원재료확보난 등으로 지역 산업계가 몸살을 앓고 있다. 업종을 구분하지 않고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지역 최대 자동차부품업체인 한국델파이는 수입원자재가 부산항에 묶여 있고 수출도 불가능한 상태. 회사 관계자는 "현재 생산라인은 재고를 갖고 정상적으로 가동하고 있지만 파업이 계속되면 수일 내 생산중단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대구세관에 따르면 대구지역 수출신고 건수가 파업 뒤 감소하고 있다. 화물연대 파업 전 하루 평균 600~800건을 기록했지만 파업 뒤 16일의 경우 367건으로 일주일 전에 비해 40.7% 줄었다.

한국무역협회 대구경북지부에 따르면 지역업체를 대상으로 수출입 피해사례를 접수한 결과, 지역 42개 업체에서 1천400만달러 상당의 수출입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파업여파로 하루 평균 300만달러의 피해가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이병무 한국무협협회 대구경북지부장은 "지역 기업들의 수출입 피해가 당분간 늘 것"이라면서 "지역 기업들의 대외신인도가 하락해 앞으로 수출입활동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파업은 물가에도 영향을 미친다. 반입이 안 되기 때문. 대구농수산물도매시장에 따르면 17일 양배추 1망(3개)의 가격은 4천원으로 지난 13일에 비해 1천500원 올랐고 무 1박스의 경우 같은 기간 1천원이 인상됐다.

대구지역 식자재 유통업체들도 수산물과 식용유, 라면 등 공급이 여의치 않은 형편이다. 다음주까지 파업이 지속되면 물류 중단이 시민들의 생활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모현철기자 mo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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