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후 2시쯤 포항공단 내 제일테크노스 3공장에서 조선용 후판을 실은 대형 트레일러 2대가 정문을 빠져나오려고 시동을 걸었다. 그러자 회사 앞을 지키고 있던 20여명의 화물연대 조합원들이 집결, 트럭의 운행을 막았다.
'나가겠다'는 트레일러와 '결코 보내줄 수 없다'는 조합원들의 승강이는 20여분간 계속됐다. 결국 트레일러가 실었던 철판을 모두 다시 내려놓고 빈 차로 빠져나가자 조합원들도 해산했다.
이 트레일러는 자재반입을 기다리다 지친 조선업체 현대미포조선이 울산에서 직접 몰고 온 것으로 "후판공급 차질로 일손을 놓게 생겼으니 우리 물건 우리가 직접 싣고 가겠다"며 달려온 것이라고 회사 관계자는 말했다.
이 같은 일은 동국제강 포항공장에서도 벌어졌다.
동국제강 관계자는 이날 "현대중공업이 울산에서 직원 20여명을 보내 '우리 인력과 차량으로 후판 수송에 나서겠다. 필요하다면 50명이건 100명이건 경비인력도 우리가 확보해서 철판을 싣고 갈테니 출하를 허용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포항공단에서 조선용 후판이나 기자재를 생산·판매하는 업체는 대부분 이와 비슷한 사정으로 알려지고 있다.
조선업체들이 이처럼 급박해진 것은 사상 최고 호황기를 맞아 수주물량이 넘쳐나고 이로 인해 선박건조 일정이 빡빡하게 짜여 있는데 가장 기본적인 자재인 후판과 앵글 등 포항지역 업체에서만 생산하는 자재 반입이 펑크나 나머지 다른 공정까지 연쇄 올스톱 위기에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조선 기자재 생산업체 김모 상무는 "파업 돌입 이전 조기 납품을 시도했으나 이마저 대부분 조선사에서 바닥을 드러내 18일 오후부터는 정상조업에 차질이 우려된다"며 "파업사태가 해결되지 않으면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국내 메이저급 조선사들 모두가 궁지에 몰릴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이와 관련 포항의 한 철강업체 임원은 "조선업체는 후판 찾아 포항으로 오고, 포항의 철강사들은 석회석이나 고철을 찾아 직접 차량을 몰고 외지로 나가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푸념했다.
포항·박정출기자 jc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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