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정일의 머리통은 참 단단해 보인다.
툭 불거져 나온 것이 예사롭지 않다. 머리 양쪽이 밀려들어간 M자형 이마는 90년대 중반 머리를 박박 밀고 난 이후 현재까지 그의 전형적인 이미지다.
얼굴의 가장 큰 특징이 코와 눈 사이가 눌러앉은 것이다. 그래서 그의 코는 더욱 커 보인다.
소설가 장정일(46)을 15년 차이로 그린 두 캐리커처다. 오랜 친구인 화가 권기철의 작품이다.
1990년대 '장정일'은 화두이고 시대적 코드였다. 최연소 김수영 문학상 수상작가에 외설이냐 예술이냐 그 경계에서 사회를 비웃고 시대를 조롱했다. 특히 당시 성은 우리 사회의 가장 큰 금기였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성교를 하면 눈이 멀 것이라는 공포를 가지고 있었다"고 고백한 적이 있다. 성적 억압에 고통받는 죄의식, 그런 성의 금기를 깨고 '아버지'로 상징되는 권력에 도전했다.
'너에게 나를 보낸다'(1992), '너희가 재즈를 믿느냐'(1994), '내게 거짓말을 해봐'(1997) 등의 작품들이다.
첫번째 캐리커처가 그려진 것은 1991년이다. 첫 시집 '햄버거에 대한 명상'(1987)이 김수영 문학상을 받은 이후 '장정일'이란 이름이 각광받고 있을 때다. 그때도 대구 방촌시장, 남문시장 등 시장통을 전전하며 싼 선술집만 골라 다니며 막걸리를 마셨다.
권기철은 "당시 몇번에 걸쳐 캐리커처를 그리려고 했지만, 워낙 (장정일이) 부끄러워해서 못 그렸다"고 했다. 할 수 없이 '햄버거에 대한 명상'의 표지 사진을 보고 그렸다. 지금과 달리 덥수룩한 머리에 푹 꺼진 콧부리는 여전하다.
두번째 캐리커처는 2006년 작품이다. 이때도 장정일은 캐리커처를 위해 포즈를 취해주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2006년 출간된 '공부'의 책날개에 있던 사진을 보고 그렸다. 그의 특징인 '주먹코'가 잘 살아 있다.
그는 몇가지 '터부'(금기)를 가지고 있다. 책에 서명하지 않기, 휴대폰 가지지 않기, 운전면허증 따지 않기 등이다. 늘 막걸리를 먹지만, 소주를 마실 때는 딴 소주병 뚜껑에 늘 첫잔을 따라 버리는 것도 있다.
그래도 가장 큰 '터부'라면 부끄러워 남 앞에 잘 서지 않는 것일 것이다. '터부'라기보다는 천성적인 것이다.
'여호와의 증인' 신도가 돼 고교 진학을 하지 않고 19세 때 폭력사건으로 대구교도소 미결수방을 거쳐 소년원으로 보내져 1년 6개월 동안 생활하는 등 자갈투성이 삶, 그리고 젊은 감각과 도발로 90년대 신세대 문학의 선두가 되었던 그가 놓지 않은 것이 '생각하기'다.
그것은 15년 간격을 두고도 종이를 뚫을 듯한 장정일의 눈빛에서 잘 드러난다.
김중기기자 filmto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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