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물류 자회사들이 화물연대와 지입 화물차주 및 알선업자들 사이에서 화물연대 파업사태를 몰고온 주범 가운데 하나로 지목받으면서 미운털이 박혔다. 이들 물류 자회사 관계자들은 화물연대와의 협상장에서도 제대로 발언권조차 얻지 못하는 등 가는 곳마다 천덕꾸러기 신세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모기업인 화주 측에서 제대로 된 운송료를 받고도 하부의 운송사와 알선사 및 지입차주 등 약자들에게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지나치게 높은 수수료를 떼거나 저가 수주를 강요하기 때문"이라는 것.
화물연대가 '운송업계의 문제아'로 꼽는 대기업 물류 자회사로는 현대·기아차그룹으로 현대자동차와 현대제철 등의 물류를 수송하는 글로비스를 비롯해 동국제강 계열의 동국통운, 세아제강그룹 계열의 세아로지스, 삼성전자의 로지텍, LG그룹 계열의 하이로지스틱스 등이 대표적이다.
화물연대 조합원들 중에는 "예전에는 제법 괜찮은 직업이었던 지입화물차주 신분이 열악한 운수노동자로 격하되고 생계조차 걱정해야 할 정도로 수익구조가 나빠진 것도 이들 대기업 물류자회사가 본격 자리를 잡기 시작한 2000년을 전후한 시점부터"라는 주장을 펴는 이들도 많다.
대기업 물류 자회사들은 외환위기 사태 이후 독점이 가능한 모기업의 물류를 등에 업고 특별한 기술 없는 실직자 등이 차를 사서 영업에 나서는 바람에 일시에 화물차가 늘어난 틈을 이용, 자신들은 고가수주하면서도 하청업자들에게는 저가발주해 짧은 기간에 몸집을 불린 곳이 많다. 그래서 "동종업자인 하청 지입차주들의 이문을 떼먹으며 성장해놓고도 현재의 생계형 운송료 인상 요구에는 두 눈을 감아버렸다"는 비난도 함께 받고 있다.
박경무 화물연대 포항지부 사무부장은 "대기업(화주)-자회사-운송사-주선사-지입차주로 연결되는 다단계 고리를 만들어놓은 곳도, 10~5년 전과 비교해도 별 차이없는 운송료 체계를 만들어 파업사태를 초래한 곳도 대기업 물류 자회사"라며, "이번 파업사태가 마무리되더라도 정부가 이들 기업에 대해서는 철저한 뒷조사를 벌여 물류체계를 정상적으로 만들어 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화물연대가 이처럼 대기업 물류 자회사에 맹공을 퍼붓는 또 다른 이유는 이들이 물류배정을 무기로 2003년 1차 파업사태 이후 산하 지입차주들의 화물연대 가입저지 또는 탈퇴유도 등을 자행했기 때문이라고 한 화물연대 관계자는 귀띔했다.
포항·박정출기자 jc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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