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연극 '옥수동에 서면…' 29일까지 예전아트홀

"비록 촌스런 3류지만 내게도 꿈은 있어"

연극 '옥수동에 서면 압구정동이 보인다'는 70, 80년대 풍의 촌스러운 줄거리와 배경을 갖고 있다.

우선 등장인물 세 사람의 조합부터 촌스럽다. 한때 노름판의 제왕이었으나 이제는 열쇠 수리공으로 살아가는 50대 후반의 김만수씨, 인생을 확 바꿔 줄 한 건을 기대하며 화투판을 전전하지만 마음만은 따뜻한 건달 박문호, 변두리 밤무대 3류 가수지만 꿈을 가진 조미령.

무대 역시 촌스럽다.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달동네 꼭대기. 현실은 남루하지만 꿈은 있다는 말을 그렇게 촌스럽게 내뱉는 셈이다. 물론 줄거리는 더욱 촌스럽다. 한 건을 기대하며 화투판을 전전하는 건달 문호는 집 주인 김만수씨를 우습게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노름판의 제왕이란다. 그래서 한 수 배우기 위해 애쓴다. 그러나 도박 노름판에서 인생을 탕진한 만수는 아들 같은 문호를 보호하기 위해 비법을 전수해주지 않는다.

이 와중에 문호는 미령을 괴롭히는 쥬라기파 건달들과 싸움 끝에 미령을 악의 무리로부터 구해내고, 말 안 해도 알겠지만 당연히 두 사람은 사랑에 빠진다. 또 만수의 실력을 알아본 악의 무리들이 만수를 도박판에 끌어들이기 위해 협박과 공갈을 일삼는다. 한마디로 뻔한 스토리를 가진 연극이다.

그럼에도 관객들은 이 뻔한 연극에 공감을 표시한다. 서민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현실감 있게 담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고 그런 하루하루, 스스로 봐도 3류 같다는 느낌, 그럼에도 꿈이 있고 정을 나누며 사는 모습이야말로 서민들의 진짜 모습일 것이다.

이 연극은 마땅히 남루하게 그려야 할 서민의 삶에 금박을 칠해 화려하게 꾸미지 않았다. 평생 맛보기 힘든 미끌미끌한 음식을 매일 먹어대는 인물을 등장시키는 '가짜 이야기'와 다르게 만든 것이다. 서민에게 꿈을 빼면 화려한 모습을 띨 만한 게 없고, 이 연극은 거기에 충실하고 있다.

이 연극은 '해가 지면 달이 뜨고' '꽃마차는 달려간다' 등을 쓴 극작가 김태수의 작품으로 서민극 시리즈의 백미로 평가받는다.

▶공연안내=29일까지(월요일 공연 없음)/평일 7시 30분/토·일, 공휴일 4시·7시(2회)/예전아트홀(삼덕네거리∼수성교 사이 영창피아노 지하)/예매 1만2천원·현매 1만5천원/티켓링크, 교보문고, 경대북문 아베끄, 하늘북.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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