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 파업이 정부-화주-화물연대 간 협상진전으로 사실상 막을 내렸다. 이번 파업은 진작부터 예고가 되었지만, 모두가 지켜보기만 하다가 물류마비를 초래했다. 이렇게 된 데는 "당사자 간 협상으로 처리할 문제"라며 발을 빼려고만 했던 정부, "운송료 인상여지가 별로 없다. 파업할 테면 하라"고 짐짓 큰소리쳤던 화주와 대형 운송사, 그리고 "물류를 멈춰 세상을 바꾸자"며 파업만 외쳤던 화물연대를 비롯한 지입차주 등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
이번 사태를 교훈삼아 파업-물류마비의 악순환을 끊고 물류운송 시장이 정상을 되찾을 수 있도록 제도정비를 마무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20%선이라는 인상률만 놓고 보면 아쉽지만 괜찮은 수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인상분 중에서 우리 손으로 얼마가 들어올지는 지금부터 풀어야 할 또 다른 과제입니다."
18일 현대제철·동국제강 등 포항지역 대형 화주사들과 운송료 인상협상을 마무리 지은 정태철(48) 화물연대 포항지부장은 "가만히 앉아 있다가는 또 빈 호주머니 차게 될지도 모른다"며 "조합원·비조합원 가릴 것 없이 지입차주들은 모두 '또 다른 투쟁'을 시작할 때"라고 했다.
화물연대가 지난 2003년과 2005년에 이어 이번에도 운전대를 놓고 거리로 나온 이유는 물론 경유값 등 부담해야 하는 경비에 비해 운송료가 턱없이 낮아 '뼈 빠지게' 일하고도 빈 지갑으로 돌아와야 하는 경우가 일상화됐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입차주들 사이에는 '운전하면 신용불량자, 운전대 놓으면 실직자'란 자조의 목소리까지 나돌았다.
총파업 1주일째를 맞은 19일, 지역별·개별 사업장별 협상을 통해 화물연대는 20% 안팎의 운송료 인상이라는 수확을 거뒀다. 이 정도의 인상분이 고스란히 차주들에게 돌아간다면 경유값이 아무리 많이 올랐다고 해도 적자는 면하겠지만, 시장에 뛰어들어 보면 실상은 전혀 다르다.
주선료 또는 알선 수수료를 요구하는 '저승사자'가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화물연대와 화주들에 따르면 화주사가 맡긴 화물이 최종 목적지까지 도달하는 데는 보통 4, 5단계를 거친다. '화주-대형운송사-주선사-운송사-지입차주'의 과정을 거치는 것이 전형이다. 또 대형 운송사부터 한 단계를 거칠 때마다 전체 운임의 6∼9%가 수수료 명목으로 떨어져 나가는 것 또한 관행이다.
예를 들어 화주가 100만원을 부담해 화물운송을 의뢰하면 대기업 물류자회사 또는 메이저급 대형 운송사가 10% 안팎을 떼고 중견 주선사(알선사)에 운송권을 넘기면 운송료는 90만원으로 준다. 여기서 주선사가 소형 운송사로 넘길 때 다시 10만원이 떨어져 나간다. 최종 지입차주에게 넘어오면 어느덧 운송료는 70만원으로 줄게 되는 것이다.
컨테이너를 모는 김정한(51·부산 연제구)씨는 "화주 및 대형 운송사와의 운송료 협상이 끝나는 대로 수수료 하향 조정도 반드시 이뤄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도 다단계 근절과 함께 알선 수수료 인하 필요성에는 지입차주들과 함께 동의하고 있다. 수수료를 낮추면 난립한 알선업체 상당수가 문을 닫게 되고, 다단계 근절 효과도 동시에 나타날 것으로 확신하기 때문이다.
화물연대를 비롯한 지입차주들은 물론이고 화주사들까지 되풀이되는 물류파업 사태를 근본적으로 막기 위해서는 운송료를 중간에서 증발시키는 과도한 수수료 체계부터 손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음 기회' '순차적' 등의 말로 또다시 문제를 넘기지 말고 이번 기회에 제대로 정비해야 파업사태 되풀이를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포항·박정출기자 jcpark@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단독] 예성강 방사능, 후쿠시마 '핵폐수' 초과하는 수치 검출... 허용기준치 이내 "문제 없다"
[르포] 안동 도촌리 '李대통령 생가터'…"밭에 팻말뿐, 품격은 아직"
이재명 정부, 한 달 동안 '한은 마통' 18조원 빌려썼다
李 대통령 "검찰개혁 반대 여론 별로 없어…자업자득"
"김어준 콘서트에 文·김민석 줄참석…비선실세냐" 野 비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