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북, 핵 문제 해결에 더 집중해야

북한이 미국의 목표시한인 26일쯤 핵 신고서를 제출할 것이라고 한다. 북측이 내일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에 신고서를 제출하면 6개월간 진통을 겪어온 6자회담도 한고비를 넘게 된다. 북측의 핵 신고서 제출은 미국의 테러지원국 해제 절차가 급물살을 타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과 북한이 이미 약속한, 정해진 수순인 것이다.

하지만 신고서 제출이 북핵 폐기의 완성이 아니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이번 신고에는 핵물질과 시설 등 핵 프로그램만 대상에 포함되고 핵무기는 제외됐다고 어제 크리스토퍼 힐 6자회담 미국 대표가 밝혔다. 우라늄농축프로그램이나 핵무기 폐기는 아직 꺼내지도 못한 상황인 것이다. 이어질 6자회담 후속회담에서 북측이 우라늄이나 보유 핵무기를 거래 카드로 꺼내들 것은 자명하다. 벼랑 끝 전술이나 회담 지연 등 이제까지 북측이 보여준 수법대로라면 핵 신고서 제출에도 불구, 험난한 고비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니 북측이 영변 원자로 냉각탑 폭파를 전 세계에 중계하겠다며 호기를 부릴 때가 아닌 것이다. 냉각탑 폭파는 해도 안 해도 상관없는 이벤트일 뿐이다. 용도 폐기된 냉각탑 하나 폭파한다고 누가 박수 치겠는가. 6자회담 참가국은 물론 우리 국민들도 냉각탑 폭파에 크게 무게를 두지 않고 있다.

북핵 문제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북한이 제출한 핵 물질의 양을 입증하는 데 수개월이 걸린다고 한다. 그러니 북측은 괜히 자화자찬하거나 '오버'할 생각은 말아야 한다. 정 하려거든 냉각탑 폭파 장면을 북한 주민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백번 옳다. 지금 중요한 것은 후속 회담을 성실하게 준비하고 핵 폐기에 집중하는 것이다. 북한은 잔치보다 먼저 한반도 비핵화를 이루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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