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이 중위권을 허덕이던 학생이 어느 날 갑자기 상위권으로 부쩍 뛰어오르는 경우가 간혹 있다. 그들의 공통점은 방학을 최대한 활용했다는 것. 평소엔 학교와 학원을 오가느라 성적을 올리기가 힘들지만 방학 땐 여유가 있기 때문에 마음만 다잡고 노력한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방학을 이용해 보란듯이 중위권을 탈출한 두 학생을 만났다.
#오성고 2학년 오주엽(17)군은 본인 스스로도 놀랐다. 1학년 기말고사 때 전교생(1학년) 193명 중 101등 했던 성적이 지난 5월 중간고사 땐 전교 12등으로 훌쩍 뛰었기 때문이다. "성적이 이만큼이나 오를지는 꿈에도 몰랐죠. 이젠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오군의 노력 과정을 보면 성적 향상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는 오직 공부를 목표로 좋아하던 TV의 코드를 뽑아 창고에 가둬놓고 휴대폰도 없애버렸다. '독하게' 마음 먹은 것이다.
오군에겐 겨울방학이 하나의 전환기였다. 막내인 그는 자영업을 하는 부모님이 고생하면서도 그의 응석을 모두 받아주는 것이 마음에 걸려 오래전부터 공부를 잘 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의지력이 약해 책상에 앉아있으면 20~30분을 못 넘기고 잠이 쏟아지고 집중이 안됐다. 1학년 땐 수학학원도 다녀봤지만 숙제를 제때 못해 자주 혼나다 보니 한달 만에 때려치웠다. 더군다나 친구들과 농구나 축구 등 운동하는 게 더 좋았고 수업 시간에 뒷자리에 앉아 떠드는 게 일이었다. 그러다 방학이 되자 자신을 뒤돌아보게 되었고 이러다간 미래가 없겠다는 두려움도 생겼다.
방학이 되고 학교 보충수업을 가기 전 열흘 정도를 계획 짜는 일에 매진했다. 먼저 인터넷을 뒤졌다. 각종 공부방법을 찾았고 당시 고3인 누나의 조언도 많이 구했다. 입시 준비하면서 터득한 각종 노하우를 듣고 자료도 많이 받은 것.
평소 약하던 수학은 학원을 다니면서 매일 2시간씩 공부했다. 영어는 하루 50개씩 단어를 외우는 것으로 시작했고 국어는 문학자습서를 사서 작품 위주로 내용을 정리했다. 그렇게 국영수는 매일 6시간 정도를 공부해갔고 방학인데도 자정이 돼야 잠이 들었다. "초반엔 계속 공부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아 집중이 잘 안 됐어요. 하지만 마음을 계속 잡아 차근차근 하니까 의욕도 생기고 재미도 붙었죠."
2학년이 되자 뒷자리가 아닌 앞자리에 앉아 선생님의 수업에 집중을 했다. 담임도 눈빛부터가 다르다며 칭찬을 자주 할 정도였다. 모르는 부분은 수업 끝난 뒤 질문으로 해결했다. 필기는 교과서에 꼼꼼히 하면서 참고서의 관련 내용을 교과서에 옮겼다. 공부뿐 아니라 체력도 중요했다. 체력 관리를 위해 점심 시간만 되면 농구공을 잡았다. 오군은 "체력이 좋아서인지 수업 시간엔 거의 자질 않았다"고 했다.
오군은 앞으로 전교 40등 안을 꾸준히 유지하는 것이 목표다. 그는 너무 들뜨지 않고 지금처럼 꾸준히 하면 목표를 충분히 달성할 거란 자신감에 차있다.
#경신중 2학년 이상민(13)군은 얼마 전 그렇게 원하던 야구글러브를 엄마로부터 선물받았다. 전교 134등 하던 자녀가 갑자기 전교 25등으로 뛰어오른 데 대한 선물이다.
이군이 '성적 올리기'에 나선 건 겨울방학 초창기인 지난해 12월쯤이었다. "밤중에 엄마 몰래 컴퓨터 게임을 하다 걸렸는데 엄마가 '공부 포기할 거냐'며 호통을 치면서 울먹였어요. 그때 상당한 충격을 받았죠." 지나가는 말로 "중1 때는 좀 놀고 중2 때부터 공부 좀 하자"고 하던 예전 엄마의 모습이 아니었다. 그때 이군은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한다는 동기가 생겼고 2학년 1학기 때까지 전교 50등 안에 들기로 엄마와 약속했다.
겨울방학 동안 평소 약했던 국어와 사회에 대한 예습에 박차를 가했다. 2학년 자습서를 사서 거의 매일 국어 1시간, 사회 1시간씩 공부하기 시작했고 방학 기간 과목별 자습서 한 권을 끝냈다. 영어와 수학, 과학은 별도로 학원을 다닌 이군은 모르는 부분에 대해선 좀 더 적극성을 띠었다. 이군은 "학원에서 그 전까진 쑥스러워 잘 물어보지 못한 문제들을 수시로 물어봤고 학원 숙제도 철두철미하게 했다"고 말했다. 이군은 그렇게 겨울방학을 빠듯하게 보냈다.
그런 뒤 맞이한 2학년. 수업 태도가 확 달라졌다. 과거엔 선생님이 강조한 부분이 있더라도 귀찮아서 필기를 안 했던 이군은 강조한 부분 하나하나를 꼼꼼히 기록했다. 국어와 영어, 사회는 교과서에 필기를 했고 수학과 과학은 별도로 노트를 마련해 필기하기 시작했다. 수업을 마친 뒤엔 국어의 경우 거의 매일 30분씩 자습서를 중심으로 공부했고 영어는 단어와 숙어 위주로 외웠다. 과학은 수업시간에 받은 워크시트를 매일 30분 정도 풀어보고 틀린 문제는 수업 시간에 짬짬이 물어봤다. 중간고사 준비는 시험 3주 전부터 시작했다. 매일 1시간30분 정도 투자해 복습 위주로 공부한 것.
"중간고사 성적표를 받고 난 뒤 '하면 된다'는 확신을 가졌어요. 반 친구들이 그렇게 성적이 많이 오른 비결을 물을 땐 내심 뿌듯하기도 했고요. 1학기 기말고사 땐 전교 20등을 목표로 잡았어요."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사진·윤정현 인턴기자
▷구체적인 목표를 잡았다. 전교 ○등이란 목표를 잡으면 어느 정도 공부해야 할 지 가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약한 과목은 예습을 꾸준히 했다. 다음 수업 시간에 할 내용을 미리 읽어두면 결국 두차례 공부하는 효과가 있고 기억도 쉽기 때문이다.
▷교과서에 필기를 하되 참고서의 관련된 추가 내용도 옮겨 적었다. 이렇게 하면 관련 내용을 한 눈에 볼 수 있어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수학 문제를 풀다가 모르는 부분이 있으면 절대 답을 보지 않았다. 오랫동안 고민해도 못 풀면 체크해뒀다가 다른 문제를 푼 뒤에 다시 풀었다. 그래도 모를 땐 모아뒀다가 한꺼번에 선생님에게 물어봤다.
▷영어는 단어가 기초이므로 단어 외우기부터 시작했다. 일주일에 한차례 정리해둔 단어를 다시 보고 뜻을 잊어버린 단어가 있다면 체크해뒀다가 틈틈이 외웠다.
▷국어의 경우 문학은 작품 위주로 정리했고 비문학은 문제집 위주로 공부했다.
▷체력관리도 중요하기 때문에 점심시간마다 운동하는 것을 빠트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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